'새 역사' 박정은 감독 "'여성도 할 수 있다' 보여주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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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여성 사령탑 첫 우승…선수·감독으로 모두 우승도 최초

"선수 시절 우승 생각 안 날 정도로 의미 깊어…제가 선수 복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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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헹가래

(부산=연합뉴스) 강선배 기자 = 여자 프로농구 부산 BNK 썸이 20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우리은행을 꺾고 우승했다. BNK 선수들이 박정은 감독 헹가래를 치며 즐거워하고 있다. 2025.3.20 sbkang@yna.co.kr

(부산=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국내 여자프로농구에서 '여성 사령탑 첫 우승'의 주인공이 된 부산 BNK의 박정은 감독은 "여성 지도자들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책임감을 드러냈다.

박 감독은 20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아산 우리은행을 55-54로 꺾고 마침내 챔피언에 오른 뒤 기자회견에서 "선수 때 우승을 5번 했는데, 그게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이번이 더 의미가 깊은 것 같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박 감독이 이끄는 BNK는 이날 우리은행을 한 점 차로 잡고 시리즈 3연승을 달리며 챔프전 우승을 확정 지었다.

2019년 창단한 BNK의 첫 챔프전 우승이었다.

박 감독은 WKBL에서 여성 사령탑 최초로 우승을 달성했고,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하는 첫 사례도 이룩했다.

선수 시절 박 감독은 삼성생명의 간판 포워드로 맹활약하며 5차례(1998년 여름, 1999년 여름, 2000년 겨울, 2001 겨울, 2006 여름) 우승을 경험한 바 있다.

이후 코치와 행정가 등으로 경험을 쌓다가 2021년부터 '고향 팀'인 BNK를 감독으로 이끌기 시작해 4번째 시즌에 '우승 감독' 타이틀을 달았다.

박 감독은 "제가 뛰어서 우승하는 것보다 선수들이 뛰어서 우승하는 느낌이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것 같다"면서 "제가 선수 복이 많아서 이렇게 된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우승이라는 게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여성) 최초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여성 지도자들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보여줄 수 있게 돼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BNK는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문 뒤 박혜진과 김소니아 등을 영입하며 상위권 전력을 갖췄다. 정규리그에선 우리은행에 밀려 2위에 올랐으나 플레이오프 고비를 3승 2패로 넘고, 우리은행과의 챔프전에선 3연승을 거뒀다.

이미지 확대 이소희 잘했어~

이소희 잘했어~

(부산=연합뉴스) 강선배 기자 = 11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5차전 부산 BNK 썸과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의 경기. BNK 박정은 감독이 작전타임 때 선수를 격려하며 맞이하고 있다. 2025.3.11 sbkang@yna.co.kr

박 감독은 "우리가 해 온 농구에서 스타일을 바꿔서 처음 하는 생소한 게 많다 보니 우승까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박혜진, 김소니아와 미팅하면서도 플레이오프만 가자고 했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특히 "김한별, 진안, 한엄지가 한 번에 나가면서 '스몰볼'을 해야 하는 걱정이 가장 컸다"면서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1위에 올라 있었고, 고비와 위기도 있었으나 선수들과 고민하며 헤쳐나온 것이 이런 상황까지 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는 가드 안혜지가 선정됐지만, 박 감독이 꼽은 '마음속의 MVP'는 이적 첫 해 팀의 중심을 잡으며 원동력을 만든 베테랑 박혜진이다.

"박혜진이 팀에 와서 팀의 문화나 선수들의 생활, 농구에 대한 자세 등을 만들어줬다"는 이유다.

우리은행에서 이적해 온 박혜진은 이날 52-54로 밀리던 종료 18.4초 전 3점포를 터뜨려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도 했다.

박 감독은 "오늘 하프타임에 보니 박혜진이 너무 큰 부담감을 느끼길래 들어갈 때마다 어깨를 잡아주며 이길 수 있다고 격려해줬고, 그렇게 되리라 믿었다"면서 "마지막에 그런 슛을 던질 수 있는 게 박혜진이고, 그게 저희가 데려온 이유"라고 칭찬했다.

그는 "우리 팀 선수들이 개성이 강하고, 본인이 공을 갖고 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저도 박혜진도 이기는 것에 초점을 많이 뒀다. 선수들이 익숙한 습관이나 욕심이 올라오곤 했는데, 혜진이가 눌러주고 선수들끼리 소통도 하며 오늘의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songa@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3월20일 22시42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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