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관계로 돌아온 대만 로맨스…영화 '우리들의 교복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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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으로 갈린 주간반과 야간반…교복 바꿔입으며 새 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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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들의 교복시절' 속 한 장면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에무필름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대만의 명문 '제일여고'에는 오후부터 밤까지만 수업을 듣는 야간반 학생들이 있다.

주간반 학생들이 치열한 고등학교 입시를 통과하고 대입에 몰두하는 '찐 엘리트'라면 성적이 훨씬 못 미치는 야간반은 '짝퉁'으로 불린다. 명찰 색깔도 다르다.

착하지만 우등생은 아닌 야간반 '아이'(진연비 분)는 등교 첫날 자신과 같은 책상을 쓰는 주간반 친구 '민'(항첩여)을 만난다.

왜소한 체격에 단발머리, 동그란 뿔테 안경을 쓴 아이와 도도하고 성숙해 보이는 민은 친구라기보다는 언니 동생처럼 보인다. 둘은 소소한 쪽지를 교환하다 점차 속내를 나누는 사이가 된다.

하지만 등교 시간이 다른 주간반과 야간반의 시차가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 민의 아이디어로, 아이는 민의 여벌 교복을 입고 같이 놀러 나가기로 한다.

주간반 교복을 입고 대낮 복도를 걷는 아이의 얼굴에는 잠시 부끄러움이 스치는가 싶더니 이내 뿌듯함이 떠오른다.

바꿔입은 교복으로나마 '우등생 자아'를 느껴본 것은 아이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좋아하는 남학생까지 겹칠 정도로 마음이 통하는데도, 아이는 이들이 자기와는 다른 세상에 산다고 느낀다.

"네 세상을 경험시켜줘서 정말 고마워. 그곳은 내가 갈 수 없는 세상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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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들의 교복시절' 속 한 장면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에무필름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우리들의 교복시절'은 성적에 대한 고민과 이성, 가족 문제 등으로 뿌리째 흔들리는 사춘기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1990년대 대만을 배경으로 하지만, '교복 시절'을 지나온 이들에게는 누구나 공감할 구석을 준다.

여름 교복을 입고 좋아하는 친구와 같이 탄 버스, 절친과 나란히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던 학교 계단, 왠지 늘어가는 비밀들…

아이가 아르바이트하는 탁구장에서 훈훈한 남학생 '루커'(구이태 분)와 탁탁 공을 튀기며 눈빛을 주고받는 장면에서는 자연히 '나의 교복 시절'에 좋아했던 누군가를 떠올리게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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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에무필름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삼각관계에 놓인 아이와 민, 루커가 겪는 고유한 아픔들도 뭉클하게 감정선을 건드리는 지점이다. 이들은 대학 입시라는 같은 관문을 지나고 있지만, 가난과 부모의 이혼, 좌절된 짝사랑 등 각기 다른 고민을 품고 있다.

선망하는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에게 편지를 쓰곤 하는 아이는 어느 날엔 이렇게 쓴다.

"빛이 나고 싶었는데, 투명 인간이 된 듯한 기분이 들어요. 나는 내 인생에서 늘 조연이에요."

아프고 지겹게만 보낸 교복 시절은 멀리서 보면 아름답고 푸릇푸릇한 성장의 시간이었다.

'우리들의 교복시절'은 2021년 골든하베스트어워드 우수시나리오상을 수상한 각본으로 촹친션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지난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제21회 홍콩아시안필름페스티벌, 제61회 금마장 등 영화제에 연달아 초청되며 화제를 모았다.

11일 개봉. 109분.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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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11일 07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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