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취미가 사진 촬영이 아니라 카메라 수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란 제목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한 외국인이 올린 사진. 사진 출처 레딧 신원건 사진부 기자 경북 봉화군에서 송이 축제를 취재할 때의 일이다. 개막 행사를 사진으로 담기 위해 자리를 잡고 서 있었다. 행사가 지연되고 기다림이 지루해져 양쪽 어깨에 메고 있던 카메라 2대를 발 앞 맨땅에 내려뒀다(포토라인에서 사진기자들이 흔하게 하는 행동이다. 심지어 내려놓은 카메라를 ‘내 자리’ 표식으로 여기고 화장실에 다녀오기도 한다). 그러자 옆에서 같이 기다리던 60대 남성이 화를 버럭 내며 “뭐 하는 짓이냐”고 꾸짖었다. 장비를 애지중지해야지 왜 함부로 다루느냐며. 그는 자신을 봉화 일대에서 활동하는 사진가로 소개한 뒤 카메라 가방으로 쓰는 대형 알루미늄 상자를 열어 보여줬다. 안에는 고급 카메라 2대와 렌즈 4개가 먼지 하나 없이 깔끔하고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관리를 정말 잘하신다”고 감탄하니 그제야 표정이 풀렸다. 이른바 ‘장비병’은 조롱의 대상이 되곤 한다. 취미 활동은 핑계고 실제로는 장비만 사 모은다는 것이다. “장비병은 ‘지름신’으로 치료하라”는 농담도 있다. 장비병은 비단 취미 생활을 하는 아마추어만의 얘기가 아니다. 전문 직업인들도 마찬가지다. 사진가들도 카메라를 많이 모은다. 직업적 핑계를 대지만 보유하고 싶어서 사는 경우가 많다. 요즘엔 최신 미러리스 카메라뿐 아니라 액션캠과 드론, 레트로 카메라까지 줄을 잇는다. 특히 독일산 L사 제품은 거의 모든 사진가의 로망이다. L사의 옛 필름 카메라나 최신 디지털카메라를 으레 액세서리처럼 목에 걸고 다니는 프로 사진가들이 많다. 7월 서울시 행사장에서 만난 20대 행사 기록 사진가. 목에 L 카메라보다 더 고가인 독일산 H 카메라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촬영은 어깨에 멘 일본산 미러리스 카메라로 하고 있었다. 연유를 물으니 H 카메라는 주로 개인 작품을 촬영할 때만 쓴다고 했다. 내가 사진기자가 아니었다면 아마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무게가 1kg이나 되는 비싼 목걸이 아닌가?’ 그러나 비슷한 업종 종사자로서 공감이 됐다.‘호모 파베르(Homo Faber·도구를 쓰는 인간)’라는 용어가 있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의 말이다. 도구를 만들어 쓰는 것을 인간의 본성 중 하나라고 봤다. 직업은 도구로 대표된다. 베르그송은 ‘생산하는 인간’의 의미로 도구를 말했지만 ...
[사진기자의 사談진談/신원건]‘장비병’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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