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출연연, '지구촌과 함께하는 국가임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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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만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연총) 부회장(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김진만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연총) 부회장(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은 '정부가 출연하고 연구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관'으로 1999년 단일 법제로 통합됐고, 2만여명 인력 중 40%가 박사급 인력으로 △원천기술 △전략기술 △시스템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각 부처 소속 25개 국책연구기관의 단순 통합 등 구조적 취약성 △국가연구개발과 부처 국가사업 분산·파편화로 인한 비효율성 △부족한 과제중심제도(PBS) 연구예산 구조 및 실용화 실적 저조 △글로벌 및 지방균형발전 전략과 연계된 국가사업 부족 등 '미래과학기술로의 융합'이라는 과기혁신기조 역행이 발생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매년 하는 업무보고에 '출연연만을 전담하는 업무보고 항목'도 없었다. 이에 새 정부에 바라는 '출연연 혁신방안 3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미래 사회를 대비한 국가 과학기술 비전을 재정립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스위스는 시계산업 등이 한국인에게 친숙한 국가인데, 종교개혁가 캘빈의 청빈 사상이 영향을 줘 스위스 시계산업이 시작된 것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캘빈은 당시 '사치품인 스위스 보석세공사업이 기독교 정신인 청빈에 위배된다'고 생각해, 근실한 시계제조를 공동체에 권장했고 오늘날 시계 제조 명가가 탄생했다.

한국 과학기술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바이오 등 첨단산업기술을 개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따라 잡힌 일본 제조업, 실패한 미국 조선업 등을 교훈 삼아 세계와 함께 미래를 능동적으로 열어가야 한다. 정부는 '세계 5대 기술강국'을 꿈꾸기 이전에 5대 강국이 되면 지구촌을 위한 한국 과학기술계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캘빈의 청빈주의를 선택한 스위스 시계 제조처럼 고민해야 한다.

둘째, 국제과학 협력 프로젝트 등 출연연 범부처 융합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미국 에너지부는 산하 국가연구소 연구위탁기업 소속 연구원의 원자로 소프트웨어(SW) 한국 유출 시도 적발로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하는 일도 있었다. 현재 세계는 '과학만 하던 시대'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나 한국의 미국 주도 안보협력 체계(AUKUS) 옵저버 참여 등 '외교·안보 기반의 과학하는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

출연연은 미·중패권 세계 연구안보 환경속에서 정부의 외교안보 문제 지원뿐만 아니라 부산시 북극항로 개발 및 북극자연보호나, 40조원씩 분담하는 한·중 해저터널 건설, 다양한 문화와 종교·인종·생활관습을 지원하는 아세안 소버린 AI 등을 출연연 및 범 부처 연합으로 추진할 수 있다.

셋째, '미래사회 대응 과기혁신체계'로서 부처 융합형 국가연구기관을 제안한다. 과기혁신체계는 글로벌·융합·혁신 등 과학기술 3원칙을 장려하고 국제협력, AI 기반 e-비즈니스, 부처 간 융합, 지방균등발전 등 정부 정책 지원을 목표로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중심 국가연구기관이라는 단일 틀 안에서 연구생태계 조성을 확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기혁신체계는 국방부·외교부·과기정통부·산업통상자원부 등 파견비서관으로 AI, 과기혁신 등 직능형 과학비서관을 구성하는 부처 융합형 비서관제로 바꾸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더 적극적인 국가전략사업 대통령 보고·평가 기구로 전환하고, NST는 △이사장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상임간사 추진 △국가임무 수행을 위한 다부처 융합위원회 신설 △호라이즌 유럽과 같은 경제·기술안보 선도형 국제협력단 구축 △지방국립대학·지방기업이 연계된 국내 4개 권역 및 해외 1권역의 '5-스타 지방균등발전 출연연 네트워크 체계' 등으로 재편해야 한다.

김진만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연총) 부회장 jmkim@kic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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