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에 드디어 '인공지능(AI) 수석'이 생겼다. 하정우 초대 수석 임명은 단지 하나의 보직이 신설된 것이 아니다. 지금 이 나라가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선언인 동시에 질문이다. '우리는 AI 시대를 어떻게 통치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AI와 관련, 이미 세계는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내 'AI 전략 수석보좌관'을 두고, 국방부에는 '디지털·AI 총괄실(CDAO)'을 신설했다. 이들은 단지 기술 적용을 넘어서 '시민의 권리 보호(AI Bill of Rights)'까지 주도하며, '사람 중심 AI'를 국가 운영 철학으로 삼고 있다.
반면 중국은 AI를 경제·국방·사회 통제 핵심 도구로 삼고 있다. 'AI 굴기(崛起)'를 선언하며 2030년까지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중앙군사위원회와 국가지능화전략위원회가 직접 총괄하고,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국가자산'으로 간주한다.
미국은 '신뢰'를 말하고, 중국은 '패권'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 두 나라는 각각 자유주의와 권위주의를 대표하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AI를 더 이상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거버넌스 핵심 기둥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국제 정세 속에서 AI 수석은 대한민국의 '지능'을 대표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묻는다. '한국의 AI 수석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다.
첫째, 기술이 아닌 사람 중심 철학을 세워야 한다. AI는 도구가 아니라 시스템이며, 결국 누구를 위한 기술인가가 핵심이다. 알고리즘 투명성, 데이터 윤리, 시민사회 참여가 대한민국 AI 정책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
둘째, 기술과 법·윤리·교육을 잇는 번역자가 돼야 한다. AI 수석은 기술 전문가인 동시에 사회적 조율자이자 통합가여야 한다. 산업계의 효율성과 시민사회의 우려, 교육계의 혼란과 법제도의 공백을 통합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셋째, 국제 연대와 디지털 주권을 동시에 고려하는 전략가여야 한다. AI는 초국가적 기술이지만, 그 활용은 각국의 제도와 문화 속에서 이뤄진다. 한국은 AI 평화기술 외교국가, 디지털 중립국가로서의 새로운 외교 포지션을 설계할 수 있다. 그 선도자 역할이 바로 AI 수석에게 주어진다.
앞으로 우리는 AI가 문제도, 답도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2016년 이세돌 9단은 AI '알파고'에 1승 4패를 기록했다. 유일한 1승은 인간의 직관과 전략, 즉 AI가 아직 읽지 못한 '예외의 선택'에서 나왔다. 그날 이후, AI는 더 강해졌고, 더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샘 알트만은 “우리는 이미 특이점의 문턱을 넘었으며, AI는 스스로 고도화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기술은 멈추지 않는다. 문제는 인간이 준비돼 있는가다.
이에 하정우 수석에게 바란다. AI 수석은 단순히 디지털 인프라를 챙기는 자리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윤리, 경제, 교육, 국방, 외교가 어떻게 AI와 공존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직책이다. 그리고 미래의 구조를 짜는 건 기술이 아니라 통찰이다.
우리는 하 수석에게 묻는다. '어떤 AI를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사회가 그 AI를 품을 것인가'를 고민해달라고. 지금 대한민국에는 코드보다 사람이 필요하다. 그 사람이 AI 수석이어야 한다.
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회장 taisik.lee@kof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