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율 불안 속 3500억$ 대미 투자 임박… 美 통화스와프 결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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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해 한미 정상이 합의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대미투자특별법’이 18일 시행된다. 한미전략투자공사도 출범한다. 이에 앞서 미국 워싱턴에서 재정경제부와 미 재무부 고위 당국자가 만난다고 한다. 제도적 행정적 절차가 마련되고 투자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1500원 선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이 걸림돌이다.

대미 투자 펀드 중 1500억 달러는 기업 투자를 통해 조선 분야에 투입된다. 2000억 달러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등 양국이 결정한 분야에 현금으로 10년간 분할 투자된다. 1호 투자 프로젝트도 곧 윤곽을 드러낼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달러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면 가뜩이나 불안한 환율이 추가 상승(원화 가치 하락) 압력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 결과 수입 물가가 올라 기업 채산성이 악화하고 국민의 지갑이 얇아지면 대미 투자 거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미 투자 속도를 내려면 결국 환율 안정이 필수적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1월 공개한 관세 협상 팩트시트에 외환시장 불안이 커지면 대미 투자 납입 시기와 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투자 빗장이 풀린 만큼 한미 양국이 고위급 핫라인 가동부터 통화 스와프까지 환율 안정을 위한 전방위 공조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한국은 대미 투자 안전판으로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요구했지만, 당시 미국의 반대로 명문화하지는 못했다. 통화 스와프는 ‘달러 마이너스 통장’과 같은 효과가 있다. 유사시에 자국 화폐를 맡기고, 대신 미리 정한 환율로 상대국 화폐를 빌려올 수 있어 ‘외환 방파제’로 불릴 정도로 효과가 크다. 한미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한시적 통화 스와프를 맺었다.

미국은 지금도 일본, 유로존, 영국, 캐나다, 스위스 등과 통화 스와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정치적으로 가까운 아르헨티나와도 2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다. 한국이 약속한 막대한 투자와 미국 쪽에 유리한 수익 배분 방식 등을 고려할 때 통화 스와프 체결 요구는 양국의 이익에 모두 부합한다. 미국의 달러 패권 확장과 한미 동맹 강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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