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친서는 이미 익숙하고 익히 예상된 것이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김정은과 ‘연애편지’ 수십 통을 주고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2기 출범 이래 북한을 거듭 ‘핵국가(nuclear power)’라고 지칭했고, 4월 초엔 “(이미) 소통이 있다. 아마도 어느 시점에 우리는 뭔가 할 것이다”라고도 했다. 김정은과의 대화는 언제든 꺼내 흔들 수 있는 주머니 속 카드로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그의 친서를 받지 않았다.
북한 측 대응도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세 차례나 만났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한 김정은이다. 지금은 핵·미사일 능력이 7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도화됐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전선에 구멍이 숭숭 뚫린 데다 러시아 파병으로 한몫 단단히 챙기기까지 했다. 대미 ‘최강경 대응’을 천명한 마당에 미국으로부터 뭔가 확실하게 얻을 게 없다면 개인적 소통도 거부하겠다는 제스처일 것이다.
북한이 한국 새 정부의 유화 조치에 호응할 가능성은 더욱 작다. 정권교체 후 이재명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사실상 금지하고 대북 심리전 방송도 선제적으로 중단했다. 하지만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래 고강도 대남 단절 조치를 지속해온 북한으로선 그 어떤 전향적 제안에도 응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한때는 미국과의 대화를 위한 징검다리로 한국이 필요했으나 이젠 그마저 필요 없다는 인식인 셈이다.이런 상황에서 한미는 조율 없이 각각 북한에 손짓하고 있다. “김정은과 잘 지낸다는 게 엄청난 자산”이라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는 이 대통령이 경쟁하듯 구애하는 터에 김정은으로선 한없이 기고만장할 수밖에 없다. 6개월의 외교 공백이 끝난 만큼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부터 서둘러야 한다. 미국이 대북 직거래에 나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제거하는 ‘스몰딜’을 체결하고, 거기서 한국은 배제되는 외교적 참사만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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