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거론하며 “우리는 소통하고 있다. 그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난 어느 시점에 뭔가를 할 것이다. 그는 큰 핵 국가(big nuclear nation)”라고도 했다. 이 발언은 지난달 3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김 위원장에게 가까운 시일 내 연락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면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통’ 언급은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거나 향후 연락할 것이라는 기존 발언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취임 첫날 김 위원장이 자신의 귀환을 반길 것이라고 한 데 이어 대화 뜻을 밝혀 왔지만, 이번엔 김 위원장과 모종의 접촉을 진행 중일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뭔가 할 것’이라는 표현으로 협상 의지를 한층 더 적극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큰 자산이라고 공언해 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협상 재개는 언제든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러브레터’라 불린 친서를 27통이나 주고받는 동안 대부분 전혀 알려지지 않았듯 이미 우리가 모르는 물밑 소통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종전이 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파병 중단을 조건으로 핵동결 같은 ‘스몰딜’을 시도한다면 한반도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한국으로서는 관세 전쟁에 이어 주한미군 조정 압박까지 예고되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미 핵 직거래가 현실화될 수 있는 위험마저 드리운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 비핵화에 도움 되는 방향이면 환영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냈다. 북-미가 소통하고 있는지, 있다면 어느 수준인지 파악은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 안보에 직결되는 문제에서 제3자 취급 받는 황당한 ‘패싱’이 일어나선 안 될 것이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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