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미국 연극·뮤지컬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극본상, 연출상, 작사·작곡상, 무대디자인상, 남우주연상 등 6관왕을 차지했다. 국내에서 제작돼 초연된 뮤지컬이 미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토니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기생충’의 미 오스카상 4관왕,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6개 부문 석권,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이은 K콘텐츠의 쾌거다.
이번 토니상 수상은 2016년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서 시작된 토종 뮤지컬이 세계 뮤지컬계의 심장인 브로드웨이에서 예술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규모 자본에 기대기보단 오롯이 창작력과 작품의 완성도로 K뮤지컬의 위력을 각인시킨 것이다. 21세기 후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들의 사랑 이야기인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 평단에서 “한국적인 기발함을 바탕으로 보편적 인간애를 녹여낸 수작”이란 호평을 받았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지난해 11월 미 뉴욕 진출 초기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관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표를 구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작이 됐다고 한다. 한국 특유의 섬세한 스토리와 감수성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세계인의 보편적 공감을 끌어낸 것이다. 이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작품을 만들어온 우리 뮤지컬계의 오랜 노력과 땀방울이 만든 결실이기도 하다.
토니상은 오스카상(영화), 에미상(TV), 그래미상(음악)과 함께 미 대중문화계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상이다. 이 중 3개를 받은 한국은 BTS, 블랙핑크 등 빌보드 차트를 휩쓰는 K팝 그룹이 계속 나오고 있어 그래미상까지 수상하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말도 나온다. 지난달에는 국산 기술과 자본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가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기생충’을 뛰어넘는 기록적인 흥행 수익을 올렸다. 영화, 드라마, 문학, 음악, 애니메이션에 이어 뮤지컬까지 한류 콘텐츠의 저력이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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