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임금 감소 없이 주 4.5일 근무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제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를 통해서다. 그는 “인공지능(AI) 등 기술 혁신 등으로 생산성이 향상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그 전에 주 4.5일제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주 4.5일제를 도입하기 어려운 기업을 지원하고, 자발적 확산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한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입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생산성을 보전하지 않은 채 주 4.5일제를 도입할 경우 기업 부담이 가중되고 국가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 후보자도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생산성 향상을 위한 범부처 차원의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주 4.5일제와 함께 추진하겠다는 정책들을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장관 임기 내 반드시 추진할 사업으로 정년 연장을 꼽으며 “연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포괄임금제 금지와 근로시간 기록 관리 의무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경제계가 바라는 기업 자율성을 보장하는 근로시간 유연화와 정반대되는 정책 방향이다. 앞서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밝힌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정책들이 시행된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한국의 노동생산성(시간당 50.99달러) 향상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김 후보자의 과거 전력에 관한 시비도 다수 제기되고 있다.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미군기지에 반대하면서 “(미국이) 아름다울 미(美)자를 쓰는 게 구역질 난다”는 강한 반미 성향을 드러낸 바 있다고 한다. 음주운전 벌금형, 지방세 체납, 무허가 건축물 소유 등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균형 잡힌 시각으로 노동 정책을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검증이다. 김 후보자는 오는 16일 청문회에서 ‘노동계 대변인’이라는 우려를 불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