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 대미 관세율 15% 타결이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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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7.23 17:32 수정2025.07.23 17:32 지면A31

일본이 760조원의 대규모 투자 패키지와 농산물시장 개방을 약속하고 상호관세율 15%로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타결했다. 자동차 관세도 예고된 25%에서 12.5%(기존 관세 2.5% 포함해 총 15%)로 낮췄다. 대신 쌀 등 농산물시장 개방을 전격 수용하고 자동차·트럭시장도 열기로 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관련 미·일 조인트벤처 설립에도 합의했다. 일본 관세율이 시장 기대치를 충족한 덕분에 어제 일본 증시는 큰 폭으로 올랐다.

우리에겐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단 ‘최소한 일본 수준’에서 관세협상을 타결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상황을 냉정하게 살펴보면 15% 관세율 관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한국보다 일본을 더 중요하게 대우해왔다. 더욱이 미국 협상팀은 ‘원하는 제안을 들고 오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수차례 내비친 상태다.

이제 공은 한국으로 넘어왔다. 일본이 그동안 “절대 불가”를 외쳐온 쌀시장 개방을 결단한 상황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우리도 ‘레드라인’으로 금기시해 온 쌀,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등을 지렛대로 삼아 수출을 지켜내는 플랜B, 플랜C를 준비해야 한다. 농산물, 의약품 카드로 상호관세율을 32%에서 19%로 대폭 낮춘 인도네시아도 타산지석이다.

4대 그룹도 자금 확보에 애로를 겪는 판국에 일본 같은 대규모 투자 패키지 제안은 힘든 현실이다. 전임 조 바이든 정부에서부터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등 첨단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수십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을 잘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조선 등 미국이 필요로 하는 우수한 제조 능력도 협상 카드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현 국면에서 지상과제는 일본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관세협상을 타결짓는 것이다. 엄중한 경제 현실과 대미 수출 의존도가 훨씬 높은 경제구조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품 수출 비중은 36.7%로 G20 국가 중 1위이고, 일본(17.0%)보다 배 이상 높다. 수출기업 10곳 중 9곳(92%)은 ‘상호관세 15% 이상이면 감내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부총리 인선으로 격상된 협상 채널을 풀가동해 관세율 ‘15%-α’ 도출에 총력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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