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그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강행 처리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직을 걸고 반대한다”고 밝혔다. 각종 소송을 부추겨 기업 경영에 큰 차질을 빚을 우려가 큰 문제투성이 법안을 두고 금융당국 수장이 돌연 입장을 바꿔 공개적으로 정부에 맞선 것이다.
우선 이 원장의 발언이 ‘부적절’한 수준을 넘어 ‘월권’에 해당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상법 개정안의 소관 부처는 금감원이 아니라 법무부다.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는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하여 금융감독원을 설립한다’(제24조)고 금감원의 설립 목적과 권한을 분명하게 못 박고 있다. 흥정하듯 ‘직을 건다’는 표현을 쓴 것도 문제다. 어차피 석 달 뒤면 임기를 마치는 처지에 기관장직은 ‘버리는 카드’에 불과하지 않나.
정부 내에서 주무부처와 다른 목소리를 내놓은 장면도 석연찮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정상적 상태였어도 이렇게 무도한 발언을 했을지 의문이다. 이 원장은 ‘개인적 소신’이라고 강변하겠지만, 당장 과거 자신의 발언부터 부정하는 행위다. 이 원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법을 개정해 100만 개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을 간섭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검사 출신 이 원장의 각종 월권에 대한 지적은 임기 내내 끊이지 않았다. 민간기업인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임기를 왈가왈부하고, 대출 정책에 대한 모순된 발언으로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기업의 경영 활동을 심사해 유상증자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거나 ‘기업의 후순위채 이자 부담을 경감시키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등의 ‘황당 발언’으로 전문성을 의심하게 했다. ‘트러블 메이커’ 이 원장을 바라보는 세간의 눈초리가 매섭다. ‘정치 행보’라는 의심을 사지 않는 진중한 처신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