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요란했던 ‘사교육 카르텔’ 전쟁… 학부모 부담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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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가 총 29조2000억 원으로 4년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올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총액과 맞먹는 규모다. 전년보다 학생 수는 1.5% 줄었는데 사교육비는 7.7% 증가하며 증가 폭도 확대됐다. ‘사교육 카르텔과의 전쟁’을 내세웠던 정부의 부끄러운 성적표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사교육 경감 및 학습 격차 완화’를 내세웠고 물가상승률 이내로 사교육비 증가율을 억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한 번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교육부는 2023년 사교육비를 1조8000억 원 줄이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1조1000억 원 늘었다. 지난해는 “반드시 사교육비를 감소시키겠다”며 4000억 원 줄이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2조1000억 원 늘었다. 그러면서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변명만 반복했다.

지난해 사교육비 증가의 주요 원인은 의대 증원이었다. 의대 열풍이 초등 단계까지 확대되면서 ‘초등의대반’이 생기는 등 선행학습 수요가 폭증한 것이다. 정부는 초등학생 사교육 수요를 학교로 흡수한다며 지난해 늘봄학교를 시작했지만 시간 때우기식 프로그램이 많아 사교육 의존은 더 심화됐다.

킬러문항 배제 같은 즉흥적 정책과 극과 극을 오간 모의평가 난이도 역시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수험생의 불안감만 키웠다. 정부는 사교육 카르텔 척결을 내세우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검경까지 동원했지만 이 역시 용두사미로 끝났다.

정부는 이번에 처음 6세 미만 영유아 사교육비 실태를 조사했는데 절반이 사교육을 받고 월 33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소득층의 사교육비 지출이 저소득층의 7배에 달해 부모 경제력에 따른 학습 격차가 영유아 단계부터 벌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초중고교생 사교육 참여율이 80%에 달하고 영유아 시기에도 사교육 의존이 심화되는 것은 공교육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매년 교육교부금은 늘고 국가교육위원회까지 만들어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데 왜 공교육은 계속 퇴보하고 사교육비 부담만 늘어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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