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속세 ‘받은 만큼 내게’ 개편… 75년 낡은 기준 바꿀 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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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현재 ‘유산세’ 방식인 상속세 제도를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개편안을 내놨다. 상속된 재산 전체에 매기던 것을, 개개인이 자기 몫으로 받은 유산에 세금을 물리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상속세는 유산 규모가 클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누진세다. 개인별로 나눠 받은 재산에 세금을 물리게 되면 유가족 전체의 상속세 부담은 줄어들게 된다. 이 방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상속세 부과의 원칙이 75년 만에 크게 바뀌게 된다.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상속세제 개편 방안은 2028년부터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바꾸고 자녀·배우자 공제를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1인당 5000만 원을 포함, 일괄공제로 5억 원까지 해주던 자녀 공제는 1인당 5억 원으로 바뀐다. 둘이면 10억 원, 셋이면 15억 원이다. 배우자 최소 공제는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상속재산이 20억 원일 때 배우자가 10억 원, 두 자녀가 5억 원씩 재산을 물려받으면 상속세는 0원이 된다. 다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배우자 상속세 폐지 방안과 차이가 커 여야정 협의를 통한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유산취득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상속세가 있는 24개국 가운데 20개국이 채택한 제도다. 한국 미국 영국 덴마크 4개국만 유산세 방식이다. 가족 공동체에 물리는 유산세는 개인이 중시되는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다. 생전에 재산을 물려주면 개인별 증여세를 부과하는데, 사후 상속세는 가족 전체에 물리는 게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많다. 그래서 OECD와 국제통화기금(IMF)도 과세 형평성이 높은 유산취득세를 권장한다.

1950년 제정된 상속세법은 그사이 공제 규모만 조정됐을 뿐 큰 틀은 그대로다. 게다가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 50%는 일본(55%)에 이어 선진국 중 두 번째로 높다. 최대주주 할증까지 포함하면 유산의 최대 6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유산세는 과도한 상속세율과 맞물려 기업인들의 가업 승계를 가로막는 장애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낡은 상속세 체계는 한국의 조세 경쟁력이 낮게 평가되는 원인 중 하나다. 상속세를 피해 해외로 떠나는 이들이 늘면서 한국의 ‘고액 자산가 순유출’ 순위가 4위라는 통계도 나왔다. 합리적 세제는 국가 경쟁력과 매력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모처럼 무르익은 상속세제 개편의 기회를 그냥 흘려버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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