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빅테크는 선제적 감원, 우리는 근로시간조차 조정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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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15 17:37 수정2025.05.15 17:37 지면A35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가 연일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1분기 실적은 양호하지만 인공지능(AI) 등 신성장 산업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조직 개편이라고 한다. 해고는커녕 ‘주 52시간 예외’ 적용조차 엄두를 못 내는 우리 노동시장과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다.

MS는 해외 지사와 자회사를 포함해 전체 인력의 약 3%에 해당하는 60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아마존도 비용 절감 차원에서 자사 디바이스 및 서비스 부문 직원 약 100명을 해고했다고 어제 공식 발표했다. 지난 1월엔 메타가 저성과자 3600여 명(5%)을 구조조정했다. 이들 빅테크는 감원을 통해 확보한 막대한 자금을 AI 분야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MS, 아마존, 메타, 구글 등 4개사가 올해 AI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3200억달러(약 448조원)에 달한다.

사업 재편을 위한 글로벌 빅테크의 해고는 우리에게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미국은 특별한 이유가 없더라도 해고가 가능하지만 한국은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만 허용된다. 특히 경영상 이유에 따른 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극히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경영계에서는 사실상 회사가 망하기 직전이 아니고서는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능하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한국의 노동시장 경직성은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2019년)에 따르면 한국은 141개국 중 해고 비용 116위, 고용·해고 관행 102위 등 최하위권에 머무른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한국노총은 지난 1일 경영상 해고 요건을 더욱 강화하기로 하는 내용이 담긴 정책 협약을 체결했다고 하니 기업들은 답답하기만 할 따름이다.

AI 시대로의 급격한 전환 속에서 빅테크들은 막대한 자본력과 유연한 노동시장을 무기로 거침없는 혁신과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처럼 경직된 노동시장 아래에서는 국내 기업의 사업 개편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더 늦기 전에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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