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자신을 ‘난곡동 할매’라고 밝힌 한 80대 여성이 영등포역에 남긴 편지. 오른쪽 사진은 서울 영등포역 직원들이 난곡동 할매에게 쓴 답장. 한국철도공사 제공 건조한 열차 운행 공지가 붙는 서울 영등포역 알림판에 14일 ‘난곡동 할매께’로 시작되는 촉촉한 감사 편지가 올라왔다. 얼마 전 역사를 찾아와 현금 500만 원과 손 편지를 두고 간 할머니께 역무원들이 감사의 뜻을 담아 쓴 답장이다. 이름 없이 ‘난곡동 할매’라고만 밝힌 80대 여성의 편지는 “아주 오레된 빗을 갑푸려 합니다”로 시작되는데, 틀린 맞춤법으로 전하는 반듯한 사연은 4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8년 10월 할머니, 당시 어머니는 초등학생 아들과 전북 정읍역에서 영등포역으로 가는 완행열차를 탔다. 돈이 없어 500원짜리 초등학생용 표는 끊지 못했다는 어머니에게 역장은 그냥 가도 좋다고 했단다. 세월이 흘러 아들을 암으로 먼저 떠나보내고 할머니가 된 어머니는 푯값의 몇 배나 되는 현금을 아들 이름으로 봉투에 넣어 전했다. 역장이 뿌린 작은 친절의 씨앗이 48년 후 더 큰 보은의 마음으로 자라 돌아온 이치가 놀랍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삐 오고 가는 기차역에는 난곡 할매 비슷한 사연들이 쌓여 있다. 19세 때 강원 철암역에서 경북 예천 집으로 갈 표가 없어 울고 있는데 역무원이 대신 푯값을 내주었다며 63년 후 10만 원을 보내온 82세 할머니, 12세 때 어려운 가정 형편에 서울 노량진역에서 경기 수원역 가는 표밖에 못 끊었지만 역무원 배려로 목적지인 충남 예산역까지 갈 수 있었다며 수십 년 후 50만 원을 전달한 60대 남성 등이다. 남의 딱한 사정을 외면하지 않은 역무원의 따듯한 마음과 신세를 잊지 않은 염치가 신뢰의 자산으로 쌓여 사회의 뿌리와 줄기가 된다. 난곡 할매의 편지를 받은 역무원들은 답장에서 “누군가에게 받은 배려와 친절을 잊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보여주셨다”며 “저희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마음과 좋은 기억을 전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 사연을 전해 들은 사람들도 역무원들과 같은 마음일 것이다.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사설]난곡 할매 “48년 전 푯값 갑푸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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