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경영 뿌리째 흔들 자사주 '즉시 소각'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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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7.23 17:31 수정2025.07.23 17:31 지면A31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도를 넘는 규제 법안까지 나오고 있다. 신규 자사주는 취득 즉시, 법 시행 전 보유한 자사주는 6개월 이내에 소각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김현정 민주당 의원)이 그제 발의됐다. 지금까지 나온 자사주 관련 법안 중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민주당 김남근·민병덕 의원이 각각 발의한 ‘1년 내 소각’ 법안보다 수위가 높다.

이 같은 규제는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이미 보유 중인 자사주까지 소급해 소각을 강제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조차 고려하지 않은 조치다. ‘6개월 내 소각’이라는 촉박한 기한은 기업의 중장기 계획 수립에도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취득 즉시 소각을 의무화하면 자사주 제도는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경영권 방어, 임직원 보상 등 자사주 본래의 기능을 전혀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의무 소각이 현실화하면 과연 기업들이 자사주를 살지 의문”이라고 한 배경이다.

애초 이 법안은 자사주 소각 기한을 ‘3년 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으로 지난 15일 발의된 것이다. 하지만 더 빨라야 한다는 개인투자자들의 항의를 받고 1주일 만에 ‘즉시 소각’으로 강화해 재발의했다고 한다. 국가 산업과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정책을 이렇게 즉흥적으로 바꿔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주가 부양 요구에 편승해 졸속으로 입법을 밀어붙이는 행태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자사주 소각으로 커질 경영권 위협의 대응 방안을 함께 마련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주주충실 의무 확대에 이어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까지 추진 중인 민주당은 배임죄 완화 정도를 해줄 수 있다고 한다. 정작 필요한 경영권 보호 장치인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에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 뜻대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우리 기업의 경영권은 한층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근시안적 입법안에 대한 당정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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