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공기관 알박기 방지법’, 필요하지만 野 사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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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공공기관장 ‘알박기’ 인사를 막기 위해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11일 밝혔다. 민주당은 12·3 비상계엄 다음 날부터 지난달까지 정부가 낸 공공기관 임원 인사 공고만 53건에 달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알박기 인사가 심각하다”고 했다. 대부분 3년인 공공기관장 임기는 대통령 임기 5년과 달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알박기와 물갈이 시도가 맞서며 신구 권력이 충돌했다.

계엄 이후 지금까지 한국고용정보원장에 국민의힘 대변인 출신 인사가 낙점되는 등 공공기관장 14명이 임명됐다. 지난해 12월 3건이던 공공기관장 모집 공고는 1월 1건에 이어 지난달 13건으로 크게 늘었다.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기 전에도 총선과 검증 등을 이유로 공공기관장 임명을 차일피일 미뤄 공백 논란이 벌어졌는데, 하필 탄핵 정국에 인선 속도를 바짝 높이니 조기 대선 가능성에 대비해 현 정권 사람들을 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도 공공기관장 알박기 논란에서 떳떳하지 못하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6개월을 남기고 공공기관장과 임원 등 59명을 무더기로 임명했다. 해당 분야 전문성과 거리가 먼 청와대·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논란이 컸다. 대선 이후 공공기관장을 임명한 사례도 있었다. 집권 초 공공기관 임원을 무리하게 물갈이하려다 유죄 판결을 받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일으켜 놓고는 그 이후 공공기관장 사직 강요가 불가능해지자 대규모 알박기를 했다는 의심을 받을 만했다. 이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알박기를 지적하니 ‘내로남불’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정권마다 임기 말 보은성 낙하산 인사로 기관장 자리를 나눠 먹는 부조리를 ‘임기 일치’로 해결하자는 데는 정치권과 학계에 공감대가 적지 않다. 현 정부 첫해 여야가 지금 민주당이 추진하는 것처럼 임기 일치를 논의했지만 대상 기관장 범위를 두고 맞서다 무산된 적도 있다. 민주당은 법안 추진에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 도를 넘었던 알박기 인사에 대해 사과부터 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국민의힘도 지금 민주당과 같은 논리로 관련 법을 검토한 적이 있으니 무작정 외면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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