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생산성 혁명을 맞고 있다”(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2020년대 들어 두드러진 현상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6년간 노동생산성 상승률은 2.1%다. 지난해 상승률 역시 2.1%다. 2007년 4분기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상승률 1.5%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퇴임을 앞둔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이렇게 높은 생산성이 지속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얘기할 정도다.
특이한 건 전례 없는 노동력 감소와 고용 둔화 속에서도 미국의 성장과 생산성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가 이어지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이민 단속을 강화한 영향으로 미국의 노동력은 지난 1년간 50만 명 이상 줄었다. 노동력 감소를 생산성 향상으로 극복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생산성 향상은 미국의 잠재성장률 전망치(중간값)를 2%대로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이 꼽는 미국의 생산성 상승 비결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클라우드컴퓨팅 등 기술의 발전이다. 특히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정보산업 분야는 6년(2019~2024년)간 연평균 노동생산성 상승률이 5.8%에 달한다. 두 번째는 유연한 노동시장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기업의 자동화 도입이 가속화한 데다 근로자들도 자신의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이나 직무로 활발히 이동했다. 세 번째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에너지 비용이다. 셰일혁명 덕에 유럽과 아시아 경쟁사들에 비해 값싸고 예측 가능한 에너지를 쓸 수 있어 생산량을 최대한 늘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역동적인 자본시장, 유연한 노동력, 첨단기술 분야의 선도적 위치를 앞세운 미국과 다른 선진국 간 생산성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미국이 인공지능(AI) 역량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는 것도 유리한 점이다.
높은 생산성으로 경제 체력을 키운 미국의 사례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출생·고령화라는 최악의 조건을 가진 우리 경제가 성장을 멈추지 않으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도 미달하는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AI 강국이 돼야 하는 건 물론이고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원 확보에도 사활을 걸어야 한다.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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