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최 원장과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 때부터 ‘법적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지난해 12월 5일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이 처리됐고, 이후 98일 동안 이들의 직무가 정지됐다. 무리한 탄핵으로 감사원과 서울중앙지검에 석 달 이상 업무 공백을 초래한 셈이 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 주도로 29건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13건이 가결됐다. 이 중 헌재가 결정을 내린 8건은 모두 기각이었고 대부분 전원 일치였다. 법적으로 탄핵 사유가 되는지 엄밀하게 따지지 않은 채 야당 입맛에 맞지 않는 공직자들을 일단 직무에서 배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핵을 이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야당의 타깃이 된 방송통신위원회의 경우 위원장 3명과 직무대행까지 줄줄이 탄핵 대상이 됐을 정도다.
‘보복성 탄핵’으로 논란이 된 사례도 적지 않다. 수원지검 2차장 당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를 총괄한 이정섭 검사는 개인 비리를 이유로 탄핵 소추됐지만 헌재에서 기각됐다. 탄핵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검사 4명도 이 대표나 민주당 관련 수사를 했던 이력이 있다. 이러니 ‘방탄용 탄핵’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 아닌가.헌재는 최 원장의 경우 파면할 만큼 중하지는 않지만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 과정 등에서 일부 위법이 있었다고 했고, 검사 3명에 대해선 김 여사 주가조작 관여 의혹의 증거 수집을 위해 적절하게 수사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탄핵안이 기각됐다고 해서 최 원장이나 검사들이 완전히 면책된 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무더기 탄핵으로 정부의 기능을 방해한 야당의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줄탄핵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 것은 이 대표가 12일 방송에 출연해 “우리도 아무 잘못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한 정도다. 그렇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과반 의석을 가진 원내 제1당이 탄핵 남발로 국정 혼란을 가중시킨 것에 대해 최소한 공식 사과라도 하는 게 도리다.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