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첨단 산업 기술 경쟁력이 반도체 분야에선 세계 5위, 인공지능(AI)은 9위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벨퍼 센터가 ‘핵심·신흥 기술 인덱스 2025’ 보고서에서 진단한 결과다. 바이오 10위, 양자 12위, 우주 13위 등 다른 첨단 기술 분야도 선두권과는 거리가 있었다. 저성장 탈출을 위해 첨단 산업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한국이 직면한 냉정한 현주소다.
보고서는 첨단 산업 분야에서 미국 중국의 양강 체제가 굳어지는 가운데 국가 간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에선 한국이 미국 중국은 물론이고 경쟁국인 일본 대만에도 밀린다고 평가했다. 제조, 설계 등 공급망 전반에 강점에 있지만 중국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점을 약점으로 꼽았다. AI 분야에서 한국은 인도 캐나다에도 뒤질 정도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국가 대항전으로 펼쳐지는 첨단 기술 경쟁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희미해지고 있다. 과거 20여 년간 한국을 먹여 살린 반도체는 기술 개발과 양산 역량에서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초격차를 자랑하던 메모리 반도체는 경쟁 우위를 잃고 중국의 거센 추격에 직면했다.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선 대만과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진다. 미래 경쟁의 최전선인 AI 분야에서 한국은 선도 그룹이 아닌 인재, 인프라, 투자가 모두 부족한 ‘2군’으로 분류된다.
이런 위기 속에 출범한 새 정부는 AI,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AI 민간투자 100조 원 등을 통해 AI 3대 강국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실에 AI미래기획수석실을 신설해 AI 정책 컨트롤타워를 강화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보조금과 세제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과감하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첨단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 없이는 미래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자본과 역량을 집중 투입하고 구조개혁을 통한 생산성 혁신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중국은 10년 장기 계획으로 제조 강국으로 우뚝 선 뒤 반도체 자립을 위한 또 다른 십년대계 수립에 들어갔다. 한국도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한 국가 차원의 구체적 실행 전략을 세워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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