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환율 압박 본격화, 통상 협상으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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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15 17:37 수정2025.05.15 17:37 지면A35

미국이 우리의 환율정책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관세에 이어 환율까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어제 원·달러 환율은 1.8% 급락(원화 가치 상승)한 1394원5전에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최지영 기획재정부 차관보와 로버트 캐프로스 미국 재무부 차관보가 지난 5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만나 외환시장 운영 원칙에 관한 상호 이해를 공유했다는 외신 보도의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이 직접적으로 원화 가치 평가 절상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쏟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책사인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작년 11월 발간한 ‘미란 보고서’는 달러화 강세가 미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 저하를 낳아 결국 제조업 쇠퇴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자국의 무역적자 확대를 상대국의 통화 정책 탓으로 돌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비관세 부정행위’ 중 첫 번째로 환율 조작을 꼽고 있다. 특히 미국은 작년 11월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다시 지정하면서 인위적인 환율 조작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이 때문에 미국의 관세 폭탄 다음 수순으로 환율 하락 압박이 일찌감치 예견됐다.

인위적인 원화 절상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자 충격이다. 수입 물가 하락 등 긍정적 효과도 있겠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에 더 큰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우리는 경기 침체 타개를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금리 인하를 앞둔 상황이어서 원화 강세는 이 같은 정책 효과를 반감시킬 가능성이 높다.

1985년 ‘플라자 합의’와 같은 전철이 우리나라에서 반복돼서는 안 된다. 당시 미국은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엔화, 마르크화 등의 가치를 급격히 상승시켰다. 결국 엔화 가치가 3년 만에 두 배가량 뛰면서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장기 침체의 늪에 빠졌다. 기본적으로 환율 문제는 미국의 무역적자 인식에서 비롯된 만큼 양국 간 통상 협상으로 푸는 것이 순리다. 상호 관세가 유예되는 7월 8일 전까지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무역 협상을 통해 환율 주권을 지키는 데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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