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원회 없이 취임한 이 대통령이 9일 만에 경제계와 만난 건 그만큼 대내외 경제 환경이 만만찮다는 방증이다. 앞서 인수위가 없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한 달 반 뒤에야 경제인들을 처음 만났다. 당장 다음 달 8일이 1차 시한인 한미 통상협상에서 미국이 부과한 25% 자동차·부품 관세, 50% 철강·알루미늄 관세 등을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하지 못하면 취임 첫해 0%대 저성장 탈출이 힘들어진다. 어제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면서 중동지역 긴장이란 새로운 위기요인까지 추가됐다.
대기업 총수들은 이 대통령과 경제 현실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하면서 ‘민관 공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금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복합위기 상황이고, 혹자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에 버금가는 국난의 시기라고 한다”면서 “20년, 30년 다음 세대 먹거리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고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미국이 관세 부과를 한다, 만다 하니까 무엇을 결정할 수 없는 불안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면서 “기업들의 목소리에 꾸준히 귀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글로벌 무역의 판이 새로 짜여지는 현 상황은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한 후 겪는 최대 시련이다. 각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득실을 따져가며 대외정책을 바꾸고, 자국 내 규제는 없애고 있다. 다음 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의 주된 관심사도 자국 기업의 피해 최소화다. 투자 규모는 크고, 성공 확률은 낮은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은 이제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정부의 영역이 됐다. ‘실용적 시장경제’를 표방한 이 대통령이 5년간 경제계와 더 긴밀히 소통하고, 규제로 막힌 ‘성장판’을 뚫어주는 ‘성장 해결사’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하는 이유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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