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그것도 반헌법적 비상계엄으로 파면된 대통령의 이름을 넣은 정치 결사체를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황당한 일이다. 이들은 창당 유보를 발표하며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윤 어게인’ 신당 구상 자체가 윤 전 대통령의 평소 의중과 무관한지부터 의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이후에도 승복 메시지를 내지 않은 채 “새 길을 찾겠다” “대한민국을 위해 미력하나마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등 정치 세력화에 나설 수 있음을 내비쳐 왔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 당일 “청년 지지층에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신당 계획을 듣고는 그 취지에 공감하며 “창당에 나서 보라”고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사실이라면 그 비현실적 인식이 놀라울 따름이다.
‘윤 어게인’ 신당 소동까지 벌어지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들은 부랴부랴 거리 두기에 나섰다.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 후보는 “탈당은 최소한의 책임”이라며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다. 유정복 후보는 “윤 어게인은 미래를 망치는 자해 행위”라고 했다. 탄핵 반대파였던 후보들도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다. 홍준표 후보는 “(탈당 요구는) 도리가 아니다”라면서도 “윤 전 대통령은 자중, 자제해야 할 때”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의 ‘막후 정치’ 논란이 대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위기감의 발로일 것이다.국민의힘은 그간 계엄, 탄핵 국면에서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행태를 보여 왔다.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파면 결정에도 한때 집권 여당으로서의 뼈를 깎는 성찰도, 책임지는 자세도 볼 수 없었다.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 윤 전 대통령을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었고, 친윤 일각에선 윤 정부 2인자였던 대통령 권한대행 출마론을 띄웠다. 18일 발표된 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중도층에서 22% 지지율을 얻어 더불어민주당 44%의 절반에 그친 이유가 뭐겠나. 파면 뒤에도 상식 밖 언행을 이어가는 전직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한 상태론 ‘보수의 미래가 없다’는 사전 경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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