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11일 구속기간 산정과 관련해 ‘최종심이 나올 때까지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산정하라’는 지침을 전국 검찰청에 보냈다. 법원이 7일 윤석열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 기간을 ‘시간’으로 계산해 ‘구속기간 만료 이후 기소했다’는 이유로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리자 검찰은 즉시항고 하지 않고 윤 대통령을 풀어줬다. 그래 놓고는 다른 피의자들에 대해선 지금까지처럼 ‘날(日)’을 기준으로 구속기간을 계산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다.
그동안 법원과 검찰에서는 ‘날’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게 확립된 관행이었다. 형사소송법에는 영장실질심사 관련 서류를 법원이 접수한 ‘날’부터 반환한 ‘날’까지 구속기간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완규 법제처장도 2017년 집필한 형사소송법 주석서에 ‘구속기간은 시간이 아닌 날로 계산한다’고 썼다.
현행법에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검찰이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법 절차대로 하면 될 일이었다. 그랬으면 구속기간 산정 기준에 대한 확정판결을 통해 혼선을 없앨 수 있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12일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검찰 수사팀도 즉시항고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런데도 심우정 검찰총장은 항고를 포기했다. 그동안 검찰에 불리한 판결, 결정에 대해 기계적으로 항소, 항고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검찰의 태도가 유독 이번 사건에선 180도 바뀐 것이다. 이를 놓고 검찰 내에서는 “법원의 결정이 이해 가지 않고 즉시항고를 포기한 건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검 결정의 근거를 공개하라”는 등의 비판과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이런 혼란을 자초해 놓고는 대검은 법원의 구속기간 계산 방식은 인정할 수 없으므로 앞으로 적용하지 말라고 일선에 지시했다.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다. 결국 검찰이 구속기간을 윤 대통령은 ‘시간’, 윤 대통령 외에는 ‘날’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윤 대통령과 변호인단이 수사 과정에서 보여온 ‘법 기술자’ 같은 행태에 검찰이 결정적으로 힘을 실어준 모양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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