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인수를 끝내 포기한다고 그제 발표했다. 2022년 4월 부실 금융회사로 지정된 이후 지난 3년간 다섯 차례에 걸쳐 매각이 추진됐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특히 이번 인수 포기는 “완전 고용이 아니라면 차라리 파산이 낫다”는 노조의 몽니 탓이라고 한다.
민주노총 산하 MG손보 노조는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메리츠화재의 현장 실사를 석 달간 거부했다. 실사단의 본사 출입을 막는가 하면 자료 반출도 노조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메리츠화재의 실사를 막은 건 인수 후에도 직원을 계속 고용해줄 사모펀드나 노조 입김이 센 금융지주로의 매각을 원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4년 연속 적자에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완전 자본잠식(-184억원)에 빠졌지만 이런 상황은 안중에도 없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4일 직원 10% 고용 보장, 총 250억원의 비고용자 위로금을 최후 조건으로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마저 거부했다. 일부 고용 승계보다 전원이 일자리를 잃는 게 낫다는 것인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다.
MG손보는 앞으로 새로운 인수 후보를 찾지 못하면 청산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계약 이전 없이 문을 닫는 첫 번째 보험사가 된다. 이 경우 600여 명의 MG손보 임직원은 모두 일자리를 잃고 124만 계약자도 예금자보호 대상인 5000만원을 넘는 해약환급금은 돌려받지 못한다. 그동안 회사가 매년 수백억원대 적자를 보는 와중에도 노조는 ‘무제한 연차’ 등 업계 최고 수준의 복지 혜택을 누려 도덕적 해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 노조가 막 나갈 수 있었던 건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위원장 출신인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뒤에 있기 때문이란 관측도 있다. 노조의 적극적인 지지에 힘입어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금융지주 중 한 곳에 MG손보를 떠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주주들이 버젓이 눈을 뜨고 있는 마당에 금융지주가 완전 고용을 약속하고 부실 금융회사를 인수할 수 없을뿐더러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그래서는 안 될 일이다. MG손보 노조가 이걸 믿고 공멸의 길을 자초했다면 정말 기가 막힐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