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제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는 특정 지역 투자나 정권 차원의 산업 진흥책을 뛰어넘는다. 대통령이 직접 못 박았듯 이는 정부 독단도, 민간 주도도 아닌 국가적 총결집 사업이다.
글로벌 인공지능(AI)·반도체 전쟁에서 대한민국의 주도력을 굳건히 다지기 위한 사활적 승부사라 할 수 있다. 호남의 전·후공정 반도체 클러스터 신설, 충청·영남을 잇는 AI 인프라(AIDC) 확장, 그리고 수도권 용인 클러스터 조기 가동(삼성 7년, SK 12년 단축)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판도를 바꿀 초강수다.
'가장 큰 국민적 성과'로 지칭됐듯 이를 대하는 국민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수도권 대 비수도권, 영남 대 호남이라는 낡은 지역 균형 발전의 문법으로 이 거대한 흐름을 재단해선 안 된다.
글로벌 반도체·AI 전쟁은 우리나라 지역 간 대립과 경쟁의 대상이 애초 아니다. 미국, 중국, 대만, 일본 등 기술 선도국이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국가 행정력을 총동원해 자국 중심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엄혹한 현실 속에서, 우리가 글로벌 'K-리더십'을 지켜내느냐 사멸하느냐의 생존 경쟁이다.
지정학적 관점에서 볼 때 대한민국은 좁은 국토를 지닌 국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국토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단일 영토, 즉 '거대한 하나의 첨단 공장'으로 기능하게 만들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기술 전쟁 승패는 시간과 속도가 결정한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폭발하는 AI 수요에 올라타고 중국 등 후발 주자의 추격을 따돌리려면, 제품 공급 능력을 확보하고 설비 가동의 안정성을 맞추는 '속도전'이 최우선이다. 촘촘하게 연결된 국토의 공간적 이점을 극대화해 인허가부터 용수·전력 공급까지 초고속으로 해결하는 '초비용 진입 장벽'을 쌓아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정치적 가변성이다. 과거 수많은 메가프로젝트가 정권 교체기마다 흔들리거나, 글로벌 경기 사이클 부침에 따라 흐지부지되며 용두사미로 끝났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10년, 나아가 앞으로 수십년 대한민국 성장토대를 닦는 일은 정부 임기와 무관하게 단절없이 지속돼야 한다.
경기 변동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투자가 지속될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정치권 모두 입지 선정과 인프라 지원을 법제화하여 제도적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기업 또한 제도적 환경 아래서 확보한 성장의 기회를 국가, 국민과 함께 키우고 환원하는 경영 철학을 지켜야 한다.
반도체와 AI, AI데이터센터는 한 기업의 수익 창출 수단이 아닌 대한민국의 경제 주권이자 안보 자산이다. 시간이 없다. 지금은 온 나라가 뛰어들어야 할 국가 총력전의 시간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editoria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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