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남긴 밥을개가 먹는다꼬리를 내리고발톱을 오므리고아주 평화롭게밥을 먹는다밥을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던사람의 밥 어디에저렇게 천연스런 평화가깃들어 있었을까콧등에 밥풀을 잔뜩 묻히고참새랑 병아리랑 불러와 함께(중략)밥물로 퉁퉁 불은 젖으로강아지를 먹이고밤에는밤새워 우는 귀또리 새끼들도 불러와품에 안고 먹인다 ―이준관(1949∼ )나물이 먹고 싶을 때 들르는 동네 반찬집이 있다. 어제는 시금치무침이 없는지 물었다가 사장님에게 한소리 들었다. “지금 시금치가 얼마나 비싼데! 무쳐 봤자 한 주먹도 안 나오는데, 오지게 비싸니 하겠어? 겨울에나 먹어야지, 지금은 못 해요!” 졸지에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되어 멋쩍었다. 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는데 반찬가게를 운영해야 하는 사장님으로선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머리를 긁적이며 멸치볶음과 샐러드를 사서 나왔다. “사람의 밥”에는 노동의 고달픔과 살아남기 위한 안간힘, 경쟁, 아귀다툼이 들어 있다. 왜 아니겠는가? 시인은 돌연 “사람이 남긴 밥”을 먹는 개의 모습을 바라본다. “천연스런 평화”가 깃든 개의 식사에는 돈이나 효율이 들어 있지 않다. 개는 그저 눈앞의 먹이를 먹고, “참새랑 병아리랑 불러와 함께” 밤에는 “밤새워 우는 귀또리 새끼들”까지 불러와 먹을 뿐이다. 물론 동물의 세계에도 약육강식의 법칙이 작용할 테지만, 밥 먹는 개를 바라보는 시인의 눈에는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의 담박한 삶이 들어온다. 사람의 밥벌이, 그 숭고하고도 지난한 시간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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