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매출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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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매출을 구하라

이제 우리 경제 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2010년을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세계 평균을 넘어본 적이 없으며, 2018년 2%대 진입 이후 안정적인 하락세를 뚫고 1%대 초반에 안착하고 있다. 이제 ‘성장하는 기업’을 찾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자 그럼 어떤 성장을 우리는 찐으로 봐야 하나? 사모펀드처럼 투자하고픈 꿈나무들을 위해 성장을 평가하는 꼼수를 살짝 나눠보자.

사모펀드식 성장 분석의 비법 (Do’s)

P(가격)를 올려도 Q(물량)가 안 빠지면 황제주다

매출 추정의 가장 기본적인 공식은 P(가격)×Q(물량)다. 보통 시장 규모를 추정한 뒤 평균 단가(P)와 판매량(Q)을 계산한다. 단가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하고, 판매량은 협회 통계자료 같은 걸 참조한다. 이후 시장점유율을 곱해 매출을 추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럴 때 보통 Q에 집착하는데, 문제는 이제 Q가 성장하지 않는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도 감소하고, 가구 수도 이제 슬슬 줄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P가 더 중요하다. P를 올릴 수 있는지는 시장 지배력을 의미한다. 기술·제품 리더십이 있는지 혹은 원가 상승분을 즉시 전가 가능한지가 성장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이 돼야 한다. 아이폰의 바가지보다 더 심한 게 아이패드 바가지인데, 아이폰이 전체 모바일폰 시장의 18.7%를 점하는 데 비해 태블릿은 전체 시장의 무려 37%를 점하기 때문이다.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성장률의 성장률’이 찐이다

매출이 늘어날수록 성장한다고 봐야 하지만 실제로 ‘민감한 것’은 ‘성장률의 성장률’이다. 당장 우리의 주식계좌를 어지럽히는 엔비디아만 보라. 2025년 3월 12일 기준 이번 분기에만 주가가 22%나 빠졌는데, 도널드 트럼프 형님의 전략적 똥볼은 차치하고라도, 분기별 20~25%씩 크던 회사가 고작 이번 분기에 작년 4분기 대비 9.3%밖에 안 클 것 같다는 소식에 주가가 22%나 빠졌다. 참고로 전년 동기 대비 이번 분기의 성장률은 무려 65%다. 65%!

성장은 성적순이다. 경쟁사가 맛이 가는지 반드시 보라

또 하나 필수적으로 봐야 하는 것은 산업 내에서의 상대적인 성장률이다. 이는 두 가지로 계산할 수 있는데, 제일 단순 무식한 게 (a)산업 성장률 대비 회사의 매출 성장률. 근데 제품이 다양하게 분포된 훌륭한 회사라면 시장을 일일이 정의하는 게 귀찮을 수 있다. 이럴 때는 (b)제일 치열한 경쟁사 혹은 시장 1위의 매출 성장률 대비 상대적인 매출 성장률의 추이를 보면 된다. 시장 평균 대비 혹은 1등 대비 성장성은 그 산업 내에서의 가격 멀티플, 즉 시장 지배력을 바로 보여주는 극명한 지표다. 15%씩 큰다고 좋아했는데, 1등이 20%씩 큰다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성장을 분석할 때 하기 쉬운 실수들 (Don’ts)

매출 성장이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매출 성장이 독이 될 때도 있다. 필자가 종종 투자하는 매립장 같은 경우는 총매립량이라는 미래가 딱 정해져 있는데 용도가 끝나면 폐기되는 한정 자산이기 때문에 매출의 성장은 곧 짧아진 생명줄을 의미한다. 무식하게 매출 성장이 좋은 줄 알고 인수 후에 무작정 저가 수주했다가 환율이나 원재료가가 갑자기 뛰면서 골로 가는 회사들은 부지기수다. 시설 유지 보수를 위한 설비 투자(capex)는 적절히 하면서 매출을 뽑는지 기본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판관비율, 채권회전율 증가는 매출 성장 마약이다

매출을 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채권회수 기일을 왕창 늘려주거나, 광고와 판촉비를 때려 넣어 고객들의 지갑에 쑤셔 넣기 하는 것(100원어치 사면 50원 페이백)이다. 이런 매출은 마진을 갉아먹을 뿐 아니라 반짝 광고가 끝나면 푹 들어간 내 볼살처럼 급속하게 꺼진다. 게다가 최악은 반품률인데, 홈쇼핑에 넘치는 브랜드들, 그리고 절대적인 갑 고객님께 반제품을 납품하는 B2B 기업 등이 변심으로 인한 반품에 쓰러지곤 한다.

단일 제품, 고객 의존도가 높은 성장은 반푼이

Q가 주도하는 10% 이상 성장을 넙죽 받아먹는다면 그대는 역시 봉이다. 왜냐하면 신제품이 빵 떴을 때 성장하는 건 기껏해야 그 유통기한이 3년 정도기 때문이다. 허리에 차고 소개팅을 나가면 백전백승하던 필자의 비밀 무기, 블랙베리를 만들던 RIM사도 2011년을 피크로 제품 수명이 끊기자마자 단 6년 만에 매출이 10분의 1토막 났다. 단일 제품 의존도가 50%가 넘으면 슬슬 비상구를 확인하고, 상위 고객사 10%의 매출이 70%를 넘으면 그 자리를 살며시 뜨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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