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폭염의 불평등한 청구서
기후위기, 물가-노동생산성에 영향
비오는 날-극한 폭우 늘면 성장률↓
제조-서비스업 선진국은 더 민감해
폭염 보상구조 개발도상국에 불리해
폭염 노출시간 70%-무역수익 6.7%
극단 기후로 부자-빈곤국 각각 부담
첫 번째 연구(연구①)는 강수량 변화가 경제생산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했다. 기존 거시경제 연구들은 주로 연간 총강수량만을 변수로 사용해, 강수량이 경제성장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고자 77개국 1554개 하위 지역의 40년간 경제생산 데이터와 고해상도 기후 데이터를 결합했다. ‘비 오는 날의 수’(일일 강수량 1mm 이상)와 ‘극한 폭우의 강도’(연간 상위 0.1% 극한 강수일의 총강수량) 등 강수 분포 특성을 세밀하게 들여다본 것이다.
분석 결과 기존 연구처럼 연간 총강수량이 많을수록 경제 성장에 긍정적이지만 그 효과는 점차 감소했다. 더 중요한 발견은 따로 있었다. 우선 강수량이 많지 않더라도 ‘비 오는 날’이 늘어나면 경제성장이 저해된다는 사실이다. ‘비 오는 날’이 과거 평균보다 1표준편차만큼 증가하면 해당 지역의 연간 경제성장률은 평균 1.35%포인트 감소했다. 또 단기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는 ‘극한 폭우’ 역시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극한 폭우’가 1표준편차 증가하면 경제성장률은 평균 0.36%포인트 둔화됐다.이러한 영향은 국가의 경제 수준과 산업구조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부유한 국가는 가난한 국가에 비해 ‘비 오는 날’ 증가에 47% 더 민감하게 반응했고, 극한 폭우로 인한 성장 둔화 효과도 훨씬 뚜렷했다. 반면 가난한 국가는 연간 총강수량 증가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더 컸다. 부유한 국가의 경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심이라 잦은 강수와 폭우로 인한 생산 차질에 더 취약하다. 반면 농업 중심의 저소득 국가는 강수량 증가가 가뭄 해소 등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비가 많이 오면 좋다’는 단순한 통념을 넘어, 강수 패턴 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복잡하고 비대칭적인 영향을 정량화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연구① Kotz, Maximilian, Anders Levermann, and Leonie Wenz. “The effect of rainfall changes on economic production.” Nature 601.7892 (2022): 223-227.
연구② Li, Meng, et al. “Inequitable distribution of risks associated with occupational heat exposure driven by trade.” Nature Communications 16.1 (2025): 537.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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