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콩나물 교실’ 세대다. 그 시절 우리 교육과 시험의 키워드는 변별력이었다. 요즘 초등학교에는 한 반에 20명이 채 되지 않는 곳이 많다고 한다. 이제는 진지하게 변별력이 키워드였던 우리의 시험과 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때가 왔다. 한국은 경제·문화 강국이다. 새로운 교육을 꿈꿀 수 있는 자원이 지금의 우리에게 충분하다.
그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이 우리 삶과 교육에 거역할 수 없는 일부가 됐다. 이는 더 이상 지식 전달이 교육의 궁극적 목표가 되면 안 된다는 뜻이다. AI가 우리 삶에 더 깊숙이 들어올수록 그 중심에 인간이 없다면 AI는 득이 아닌 해가 될 위험이 매우 높다. 프랑스 화가 폴 들라로슈는 1839년 루이 다게르가 사진술을 선보이던 날 “오늘 자로 회화는 죽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회화와 예술은 죽지 않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 오늘에 이르렀다. 이처럼 잘만 사용하면 AI는 우리 삶과 교육에 큰 변화를 주고 새 방향을 모색하게 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전제는 건강한 교육 담론들을 하나씩 하나씩 쌓아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나는 최근 ‘서울 엄마들’이라는 소설을 썼다. 한국의 교육 전쟁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세 엄마의 이야기다. 그중 한 엄마가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이 아이의 행복을 결정한다”는 한국에서 한 번쯤 다 들어봤을 말을 한다. 이 대목을 집필할 때 영국 지인들에게 웃으라고 들려줬는데, 아무도 웃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더니 “공부가 뭐기에 가족들이 이렇게 희생해야 하느냐”라고 물었다. 이 소설 속 아파트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없다. 까르르 웃고 힘차게 뛰어놀 시간에 아이들은 학원에서 선행을 하고 있다.한국 학부모들에게 언어교육 강의를 자주 한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우리 아이, 너무 늦지 않았나요”이다. 세계적으로 영어에 처음 노출되는 평균 연령은 7세 정도다. 한국의 경우는 개인차가 많지만 굳이 평균을 내면 4세 전후라고 한다. 노출의 시기는 결코 늦지 않다. 슬픈 것은 우리 아이들의 ‘영어 울렁증’이 세계 최고라는 점이었다. 영어를 잘 배우고 못 배우고를 떠나 아이들에게 영어 스트레스가 일찍부터 자리잡고 있다. 모든 아이들이, 그리고 어른들이 영어를 언어가 아닌 시험으로 만나는 것이 이유가 아닐까.
이제는 학습과 교육에 대한 건강한 담론이 필요하다. 멈추고 생각하고, 모색해야 할 시간이다. 지금 시작해야 한다. 이 초석 위에서만 우리의 행복한 미래가 펼쳐질 수 있다.
조지은 영국 옥스퍼드대 YBM KF 한국언어학 석좌교수·‘서울 엄마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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