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과 군정[임용한의 전쟁사]〈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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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5년 어느 날, 신라 아달성의 태수가 주민들에게 ‘모두 성 밖으로 나가 마를 심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대목은 삼국시대에 공동 노동으로 경작해 생산물을 국가에 바치거나 공용으로 사용하는 제도가 있었다는 증거로 인용된다. 문제는 이곳이 인근에 말갈족이 주둔하는 접경 지역이었다는 것이다. 삼국사기에는 “태수가 이 명령을 어기지 못하게 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는 접경 지역에서 일시에 주민을 성 밖으로 동원하는 방식이 부를 위험 등을 두고 갈등이 있었음을 암시한다. 당시 이 지역의 군사책임자는 소나였다. 그는 중앙에서 파견된 장수였지만 지방관의 권위를 이길 수 없었다. 그다음 이야기는 이렇다. 이 정보가 누설되면서 주민과 군대가 성 밖으로 나간 틈에 말갈족이 노약자만 있는 성으로 침투했다. 소나는 성을 구하러 갔지만 말갈족이 성을 차지해 신라군은 되레 성을 공격하는 불리한 상황이 됐다. 소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싸우다가 수많은 화살을 맞고 죽었다. 성 밖 경작 명령을 내린 태수는 어찌 됐는지 기록에 없다. 국가가 처음 생겼을 때부터 민정과 군정의 이해는 충돌한다. 성은 교역과 운송에 방해되고, 군사기지와 훈련장은 농토를 줄인다. 경제 활동은 일상이지만 전쟁이나 비상 상황은 100년에 한 번 발생할까 말까인데 불편을 감수하며 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생존한 국가는 그런 불편을 감수해 온 나라다. 아니면 국제적, 지정학적 구조 덕에 멸망 조건을 갖추고도 살아났거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신속 추진하기 위해 광주 군공항을 부지로 정하고, 전투기와 시설을 분산 배치한다고 한다. 노동법만 봐도 근로시간을 정해 둔다. 안전 조치 위반 시 막중한 책임을 물린다. 국방은 국민 안전을 위한 장치다. 설사 전력 누수를 최소화한다고 해도 국방이 민정의 수단이 되려면 짚어야 할 게 많다. 임용한의 전쟁사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2030세상 허명현의 클래식이 뭐라고 임용한의 전쟁사 임용한 역사학자©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좋아요 0개 슬퍼요 0개 화나요 0개 지금 뜨는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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