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한국을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장비 산업에서 2위(매출 기준)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TSMC를 앞세운 초격차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경쟁력과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은 TSMC뿐만 아니라 미디어텍과 폭스콘 등을 앞세워 인공지능(AI) 생태계의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국력을 쏟고 있다.
10일 국제반도체산업협회(SEMI)에 따르면 대만은 올해 2분기 반도체 장비 매출이 87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하면서 한국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처음 2위에 올랐다. 한국은 전년 대비 31% 늘어난 59억1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대만의 약진은 TSMC의 파운드리 점유율 상승이 작용한 결과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TSMC 점유율은 사상 처음 70%를 넘기며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강화도 주요 요인이다.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공급망엔 대만 장비 제조업체 피티, 칼리, 피네스 등이 활동 중이다. ASML 가치사슬엔 구딩 프리시전, MIC 등이 합류했다.
대만의 약진은 1973년 대만공업기술연구원(ITRI) 설립으로 시작된 50년간의 치밀한 준비가 결실을 본 결과다. TSMC, UMC, 윈본드 같은 반도체 기업이 모두 이곳에서 스핀오프됐다. 1980년대 신주과학단지 조성과 함께 대만 정부는 중소기업처를 신설하고 세제 및 금융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대만 기업들은 세계 AI 서버 시장의 90%를 장악했다. 한국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제외하고는 AI산업에서 이렇다 할 위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기업은 폭스콘이다. 폭스콘은 올해 데이터센터 구축 솔루션으로 매출 300조원 달성이 확실시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과 맞먹는다.
대만 정부는 ‘AI 신(新)10대 건설’ 프로젝트를 통해 2028년까지 AI 인재 50만 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만은 AI산업을 위해 탈원전 정책까지 포기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