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하르트 슐링크 ‘책 읽어주는 남자’ 중
소설 속 한나가 문맹을 극복하고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과정 또한 아렌트가 강조한 사유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닌, 작가의 의도적인 선택이다. 두 사람 이름의 독일식 발음(‘하나’)이 같고 나치 전범과 재판이라는 배경 설정, 그리고 소설 속 한나의 독서 목록에 아렌트의 저서가 등장하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당신 같으면 어떻게 하셨겠습니까?”
한나의 이 질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연일 보도되는 각종 재판들을 보며, 우리는 한나의 재판을 지켜보던 방청석의 미하엘처럼 도덕적 딜레마 앞에 서게 된다. 무지와 무사유가 어떻게 악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현상이 어떻게 반복되고 있는지 ‘악의 평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김민성 시나리오 작가·20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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