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땅에서는 우승하지 못하는 저주가 걸린 듯했다. 최종 라운드에 선두로 나섰다가도 마지막 홀에 보기로 타수를 잃고 주저앉은 것이 올해만 두 차례. 유럽 강자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사진)와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인연이 없어 보였다.
25일(한국시간) 플리트우드가 드디어 ‘무관의 저주’를 풀고 PGA투어 첫 승을 따냈다. 그것도 우승상금만 1000만달러(약 138억5900만원)인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총상금 4000만달러)에서다. 플리트우드는 PGA투어 164번째 출전 대회에서 첫 승을 올리며 그간의 아쉬움을 한방에 날렸다.
이날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이스트레이크GC(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3개로 2언더파 68타를 쳐 합계 18언더파 262타로 우승했다. 패트릭 캔틀레이(미국)와 공동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그는 2위 그룹에 3타 앞선 상태로 시작한 18번홀(파5)을 파로 마무리하며 미국에서의 첫 승을 완성했다. 우승이 확정되자 그는 모자를 벗고 하늘을 향해 포효하며 PGA투어 정복의 기쁨을 만끽했다.
플리트우드는 DP월드투어에서 7승을 거뒀지만 2018년부터 활동한 PGA투어에서는 유독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163개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 6회, 3위 6회 등 톱5에 30차례나 들었지만 우승은 하지 못했다. 올해도 두 번이나 눈앞에서 우승을 놓쳤다. 시그니처 대회인 트래블러스챔피언십에서는 짧은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키건 브래들리(미국)에게 연장 끝에 우승을 내줬고, 플레이오프 첫 번째 대회인 페덱스세인트주드챔피언십에서도 마지막 순간 우승을 놓쳤다. 이 대회 전까지 플리트우드가 PGA투어에서 번 상금은 3343만669달러(약 463억 원). 우승을 한번도 하지 못한 선수 중 가장 많은 상금을 받은 주인공이었다. 이날 PGA투어 ‘왕중왕전’에서 우승하며 긴 아쉬움을 단박에 날렸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