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딘 전 멤버 "대표가 강제추행"…143엔터 "6개월 지나 고소 유감"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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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 A씨 측, 소속사 대표 고소 기자회견 개최
"각서까지 써 놓고 업무 일선에서 안 물러나"
"활동·사과 기대할 수 없어 합의금 제안, 후회"
143엔터 "사실과 다른 부분 많다" 반박

그룹 메이딘 출신인 A씨의 어머니가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그룹 메이딘 출신인 A씨의 어머니가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그룹 메이딘 출신 멤버의 어머니가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흘리며 소속사 대표의 강제추행 의혹을 제기했다. 143엔터테인먼트는 사실과 다른 주장이 많다면서도 구체적인 반박은 피했다. 경찰 조사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메이딘 출신 A멤버 측이 제기한 이용학 143엔터테인먼트(이하 143엔터) 대표의 강제추행 의혹 관련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이번 자리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주최로 마련됐으며, 현장에는 A멤버의 모친 B씨와 143엔터 전 직원 허 모씨, 법률대리인 문효정 변호사와 김영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A멤버의 모친인 B씨는 "딸이 꿈을 이루고 행복해했다. 하지만 점점 생기를 잃어갔다"면서 "이 대표는 상담을 이유로 멤버들을 한 명씩 불러내 은근히 이간질했다. 그 결과 동료들끼리 서로 감시하게 만들고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워 이견 한 번 내지 않고 모든 걸 따랐다"는 B씨는 "이게 화근이 될 줄은 몰랐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가벼운 스킨십이었던 신체적 접촉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더욱 부담스럽게 다가왔다"면서 "딸은 '이제 내 몸 그만 터치하라'고 명확하게 말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아이를 무시하며 업무상 지속적인 불이익과 부당한 대우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사건이 터졌다"고 말했다.

B씨는 "아이가 몇 번이나 저에게 구조신호를 보냈음에도 저는 듣지 않았고, 제 눈과 귀를 닫은 결과 제 아이는 상상도 못 할 일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도 딸은 이제 막 생긴 팬들이 너무 소중하다며 팀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이 지켜야 할 사람이 생겼다는 말에 제 가슴은 무너져내렸다"고 했다.

그는 딸의 미래를 위해 신고하지 않은 채 이 대표에게 각서를 받고 상황을 마무리 지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각서를 통해 이 대표는 강제추행을 인정하며 불이익을 주지 않고, 대표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고 B씨는 말했다.

그는 "물러나기는커녕 스케줄 하나하나 간섭했고, A가 외면할 때마다 휘파람을 불며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행동했다. 아이는 그의 휘파람 소리가 맴돈다며 눈물을 흘리고 미칠 것 같다며 힘들어했다. 그 모든 상황이 가혹했고, 아이는 결국 무너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던 중 JTBC '사건반장'을 통해 사건이 보도돼 A멤버의 아버지가 이 대표를 찾아갔다.

B씨는 "아이 아빠가 대표를 만났고, 원하는 조건을 다 들어주겠다고 해서 조율하다가 이 대표는 회사가 입장문을 먼저 낼 테니 아이에게 인스타그램으로 올리는 회사 입장문에 '좋아요'를 누르라고 했다. 아이는 그것까지 들어줬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 대표는 아이의 입장문도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들이 보내온 내용을 받았을 때 눈물이 났다. 입장문은 거짓 투성이었고, 우리가 왜 이 거짓말을 올려야 하는지, 피해자가 가해자처럼 행동해야 하는가 싶어서 못 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합의금을 요구했다면서 현재는 후회한다고 밝혔다. B씨는 "아이는 아이돌 활동도, 대표의 사과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요구할 수 있는 게 고작 합의금이었다"면서 "부끄럽지만 우린 가진 게 없는 부모였다. 아이가 하고 싶은 거라도 하게끔 기반을 마련해달라고 해서 합의금이라도 달라고 했다. 아이의 미래를 걱정한 부모의 미련한 마음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 대표는 죄를 인정하는 것이 된다면서 합의금도 단칼에 거절했다. 저는 그럼 더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A가 다칠 텐데 괜찮겠냐'는 협박의 말을 하고 자리를 떴다. 그 이후로 아무 연락도 없이 탈퇴 기사가 나갔고, 전속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기사가 나왔다. 힘이 없는 우리는 대응도 하지 못했고, 아이의 꿈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제는 진짜로 아이를 지키고 싶다"면서 "아직도 수많은 아이가 이런 불합리한 현실을 감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하고, 이런 사람은 반드시 업계에서 퇴출당하고,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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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석한 A멤버의 법률대리인인 문효정 변호사는 이달 143엔터 소재지 관할인 강남경찰서에 이 대표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현재 피의자 신분이다. 담당 수사관도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 의지를 보여주고 있어 조만간 피의자의 경찰 출석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143엔터 전 직원인 허 모 씨도 참석했다. 허씨는 캐스팅 및 연습생 케어 등의 역할을 했다면서 "연습생들로부터 자주 들은 말이 '대표님이 특정 멤버를 편애해 힘들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네가 원래 이 프로그램 나가려고 했는데, B가 나가게 됐어' 등의 이간질 상황이 있었다. 한 번은 어떤 아이의 부모가 찾아왔고, 대표는 오해라고 했다"면서 "(이 대표의 말은) '널 예뻐한다'는 표현 같았지만 결과적으로 멤버들을 서로 경계하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여러 차례 대표에게 여자 연습생들을 따로 사무실로 부르지 말고, 차별하지 말고, 사춘기임을 고려할 것 등을 요구했지만 변화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회사에 소속돼 업무를 하다 보니 이 대표의 금전적 이야기를 지인들에게 받았다. 회사 앞에는 미지급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렸고, 트레이너들의 급여도 수시로 밀렸다. 그 말을 들으니 직원으로서 곤혹스러웠다. 직원 전원의 월급이 밀리는 상황에서 예뻐하는 특정 고등학생 연습생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했다"고 전했다.

또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A가 팀 내에서 여러 차례 물의를 일으켰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본인 의사에 반할 경우 전속계약을 악용해 연습과 활동을 중단시키는 방식을 계속했다. '사랑한다', '사귀자'는 부적절한 언행을 하기도 했다. 모두 당사자들의 동의를 얻어서 언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143엔터테인먼트

사진=143엔터테인먼트

기자회견이 종료된 후 143엔터는 입장문을 통해 "매니지먼트 회사의 대표가 이러한 논란에 휩싸인 점 송구하다"면서도 "현재 해당 멤버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이 있으나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그 과정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멤버 측은 이미 작년에 보도되었던 사건과 관련해 일방적인 주장을 근거로 거액의 위로금을 요구하다가 이를 거부하자 사건 발생 6개월가량 지난 상황에서 형사 고소를 한 점 역시 심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계기로 반드시 진실이 규명되길 바라며 법적 판단에 따른 책임 또한 다할 것을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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