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히트작 부재…관객 '뚝' 떨어진 극장가 자구책은 [무비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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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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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극장가가 침체라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신작과 흥행작 부족으로 인한 침체가 이어지면서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전년 대비 30%나 감소했다. 매출액 300억 원을 넘긴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과 '야당' 단 두 편뿐이었다. 6000원 할인 쿠폰인 풀린 하반기엔 수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극장 매출액은 4079억 원, 관객 수는 425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2%, 32.5% 줄었다.

매출 300억 원을 넘긴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매출액 329억 원·관객 수 336만 명)과 '야당'(320억 원·338만 명) 두 편뿐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파묘'(1151억 원·1,191만 명), '범죄도시4'(1100억 원·1150만 명), '인사이드 아웃 2'(543억 원·564만 명) 등이 흥행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출과 관객 수 모두 크게 줄었다.

한국 영화 매출은 2038억 원으로 전년 대비 43.1%(1545억 원) 감소했고, 팬데믹 이전 3개년 평균(3929억 원)의 51.9% 수준에 그쳤다. 관객 수는 2136만 명으로 전년 대비 42.7%(1594만 명) 줄었으며, 팬데믹 이전 3개년 평균(4782만 명)의 44.7%에 머물렀다.

'야당'이 2019년 이후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 영화 중 최고 성적을 거뒀고, '히트맨2'(240억 원·255만 명), '승부'(200억 원·215만 명) 등 중급 영화가 선전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천만 영화가 두 편이나 나왔던 것과 달리 히트작 부재로 전체 실적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외국영화도 마찬가지다. 상반기 외국영화 매출액은 204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0%(478억 원) 감소했다. 팬데믹 이전 3개년(2017~2019년) 동 기간 평균인 4461억 원과 비교하면 45.8%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외국영화 관객 수는 2113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449만 명) 줄었고, 팬데믹 이전 3개년 평균 5317만 명의 39.8%에 불과했다.

외국영화 중 상반기 흥행 1위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다. 이어 '미키 17'이 297억 원·301만 명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인사이드 아웃 2'(543억 원·564만 명), '웡카'(340억 원·353만 명), '듄: 파트2'(235억 원·200만 명) 등이 기록한 흥행 성적에는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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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부족과 흥행작 부재로 인해 영화관 관객 수가 감소하는 위기 속에서 멀티플렉스는 단독 개봉, 단편 영화 상영, 재개봉작 프로그램 등 자사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큐레이션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신작이 풍부하게 개봉되던 시기로 인해 와이드 릴리즈(동시 상영) 형태의 배급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 들어 신작 개봉 수가 줄고 관객 수가 감소하면서, 영화관이 직접 콘텐츠를 발굴해 상영하는 큐레이션 중심의 운영 방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메가박스는 단독 개봉 브랜드 '메가 온리(MEGA ONLY)'를 신설해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을 상영, 상반기 95억 원(92만 명)으로 단독 개봉작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롯데시네마는 단편 애니메이션 '알사탕'을 단독 개봉해 5억 원(10만 명)을 올리며 단편 영화 역대 3위 흥행에 올랐다. CGV도 '아이유 콘서트: 더 위닝' 등 공연 실황 영화를 단독 상영하며 특정 팬덤을 겨냥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신작 개봉은 줄었지만, 입소문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가 늘면서 영화 상영 기간도 늘어나는 추세다. 청소년 관람 불가 범죄영화 '야당'은 개봉 1주 차 주말(금·토·일) 동안 59억 원의 매출과 61만 명의 관객을 기록한 데 이어, 2주 차 주말에도 50억 원, 52만 명을 동원하며 이례적인 흥행세를 이어갔다. 이는 보통 개봉 첫 주 이후 관객 수가 급감하는 기존의 상영 흐름과는 다른 양상이다.

'야당'은 경쟁작 부재와 꾸준한 관객 유입 덕분에 개봉일로부터 51일간 전국 100개 이상 상영관에서 상영됐다. 이는 2019년 5월 개봉한 '악인전'(청불, 범죄영화)이 336만 명을 기록하고도 100개 관 이상에서 21일간 상영된 것과 비교해 두 배를 웃도는 기간이다.

비슷한 사례로,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53일간 100개 관 이상에서 상영되었으며, 같은 등급의 '베놈'(2018년 개봉, 389만 명)은 31일간 상영에 그쳤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신작 개봉 편수가 많고 소비 속도가 빨라 상영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지만, 최근에는 영화 관람 요금 인상 등으로 관객의 선택이 신중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입소문을 타며 꾸준히 관객을 유입하는 작품은 상영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입소문이 흥행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개봉 첫 주말 흥행 성패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금요일 또는 토요일 개봉 영화도 증가하는 추세다.

메가 히트작 부재…관객 '뚝' 떨어진 극장가 자구책은 [무비인사이드]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6000원 영화관 할인권 450만 장을 풀자 멀티플렉스 예매 사이트는 한때 접속이 지연될 정도로 관객들의 관심이 쏠렸다. 평소보다 훨씬 낮아진 관람료에 관객들은 기꺼이 예매 버튼을 눌렀다.

그 시작을 알린 건 조정석 주연의 좀비 코미디 '좀비딸'이다. 7월 30일 개봉과 동시에 흥행 청신호를 켠 이 작품은 이번 주말 100만 관객을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 2019년 여름 942만 관객을 모았던 '엑시트'의 이상근 감독이 신작 '악마가 이사왔다'로 돌아오고, 박찬욱 감독의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어쩔수가없다'까지 대기 중이다. 침체했던 한국 영화 라인업이 본격적으로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는 셈이다.

외국영화 기대작도 줄줄이 포진했다. 전 세계를 뒤흔든 '아바타'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 '아바타: 불과 재'가 먼저 하반기 극장가를 두드린다. 전편에서 470만 명을 모은 디즈니의 '주토피아2',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위키드'의 속편 '위키드: 포 굿'도 차례로 개봉한다. 여름 성수기부터 연말까지, 국내외 흥행 IP가 연이어 관객을 만나는 셈이다.

이번 하반기 극장가의 키워드는 가격과 기대작, 그리고 입소문이다. 할인 쿠폰으로 낮아진 문턱이 관객을 불러들이고, 개봉 대기 중인 한국·외국 대작이 극장가에 체온을 불어넣는다. 멀티플렉스 홈페이지를 마비시킨 예매 열기만 보아도, 한동안 침체했던 극장가가 다시 달아오를 준비를 마친 듯하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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