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골프용품 시장이 신제품 드라이버 경쟁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올해도 화두는 ‘관용성’이다. 드라이버 시장의 ‘투톱’ 테일러메이드와 삼양인터내셔날 핑골프가 지난 1월 관성모멘트(MOI)를 한층 끌어올린 신제품을 차례로 출시했다. MOI란 비틀림에 대한 저항력을 숫자로 나타낸 것으로, 이 수치가 클수록 미스샷을 해도 헤드 뒤틀림이 적어 공이 똑바로 나갈 확률이 높아진다. 던롭스포츠코리아의 스릭슨, 캘러웨이, PXG, 타이틀리스트 등도 관용성을 강조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 멀리 보다 똑바로
한때 드라이버 시장은 ‘비거리’를 강조한 제품들의 경쟁이 뜨거웠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괴력의 장타자’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드라이버로 최대한 멀리 보낸 다음 짧은 채로 공을 그린에 올리는 ‘봄&가우지(bomb&gouge)’ 전략으로 재미를 보자 골프계에 ‘장타 열풍’이 일어났다. 국내에서도 윤이나(22)와 장유빈(23) 등 장타 선수들이 연일 화제를 모으면서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서 ‘드라이버는 쇼(show)’라는 말이 진리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골프 용품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 ‘멀리’보다 ‘똑바로’를 강조한 신제품으로 경쟁을 펼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거품을 어느 정도 덜어낸 골프 시장이 골프에 진심인 ‘진성 골퍼’들을 중심으로 재편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들은 화려한 퍼포먼스보다 한 타, 한 타에 집중하며 스코어를 줄이는 데 시간과 비용 투자를 아끼지 않는 골퍼들이다.
용품사들은 정확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진성 골퍼들을 타깃 삼아 관용성에 집중했다. 비거리 기술 개발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골프용품 업체 관계자는 “매년 비거리가 늘어난 제품이 개발되는 건 한계가 있다”며 “스코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골퍼들이 늘어나면서 정확도, 관용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만 MOI 제품을 나란히 출시해 ‘관용성 전쟁’에 나섰던 테일러메이드와 핑골프는 올해도 업그레이드된 관용성을 내세운 신제품으로 ‘2차 대전’에 나섰다. 스텔스 시리즈에 이어 지난해 Qi10으로 드라이버 시장 1위에 오른 테일러메이드는 올해 Qi35로 독주 체제 굳히기에 나섰다. Qi35 시리즈는 Qi35와 Qi35 Max, Qi35 LS, Qi35 Max Lite 등 총 4종으로 출시했으며, 그중 Qi35 MAX는 테일러메이드 역사상 가장 높은 MOI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민 드라이버’ 핑골프는 G440 드라이버로 시장 1위 탈환에 나섰다. 핑만의 노하우와 기술력이 총동원되어 탄생했다는 G440은 핑 드라이버 역사상 가장 낮은 무게중심을 구현했다. G440 MAX, G440 SFT, G440 LST 등 모든 라인에 ‘카본 플라이 랩’ 기술을 적용해 관용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 관용성 전쟁 참전한 용품사들
테일러메이드와 핑골프가 불붙인 관용성 전쟁에 다른 용품사들도 줄줄이 참전하면서 올해 드라이버 판매 경쟁은 더욱 뜨거울 전망이다. 던롭스포츠코리아가 유통하는 스릭슨은 ZXi 드라이버를 앞세웠다. 비거리와 관용성을 동시에 실현했다는 제품으로, 마쓰야마 히데키(일본)가 2025시즌 PGA투어 개막전인 더 센트리에서 ZXi LS 모델로 우승하면서 성능 검증을 마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캘러웨이가 올해 야심 차게 선보인 엘리트(Elyte) 드라이버도 카본 크라운을 적용해 MOI를 극대화한 모델이다. 신소재 써지포지드 카본 크라운 결합 등 세 가지 핵심 기술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PXG는 2025년형 블랙옵스 울트라 라이트 드라이버로 관용성 전쟁에 뛰어들었다. 클럽 헤드 질량은 189g으로 기존 제품 대비 약 14g 더 가벼워졌고, 헤드 후방에 무게추 단일 배치를 통해 관용성과 일관성을 모두 극대화하고 안정성을 강화했다.
타이틀리스트도 역사상 가장 낮고 깊은 무게중심을 구현한 GT1 메탈 라인 드라이버로 출사표를 던졌다. 심리스 써모폼 크라운으로 내부 무게를 재분배해 높은 관용성을 실현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 ‘허인회 효과’ 미니 드라이버도 인기
헤드가 드라이버보다 작고 페어웨이 우드보다는 큰 미니 드라이버는 지난해 골프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허인회(38)가 지난해 6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비즈플레이-원더클럽오픈 최종 4라운드 연장전에서 두 번째 샷을 캘러웨이의 미니 드라이버인 Ai 스모크 340으로 친 뒤 짜릿한 역전 우승을 거둔 게 화제를 모으면서다. 해외에선 2021년 필 미컬슨(미국)이 테일러메이드 미니 드라이버로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주목을 받았다.
캘러웨이가 Ai 스모크 340 미니 드라이버로 완판 신화를 쓰자 다른 용품사들도 경쟁에 뛰어든 모양새다. PXG가 지난 1월 브랜드 첫 미니 드라이버인 시크릿 웨폰을 출시했고, 타이틀리스트도 미니 드라이버 GT280을 공개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