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톡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인구절벽과 공급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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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2012년 부동산시장은 인구 재앙론에 시달렸다. 많은 인구학자가 '인구절벽' 등의 이론을 쏟아내 "인구가 줄어드는데 누가 집을 사나"라는 논리가 지배했다. 우리나라에선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우리에게 곧 다가올 미래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정부가 시중에 돈이 돌고 경기에 활력을 주고자 부동산 부양책을 쏟아내며 집을 사라고 부추겼지만 소용이 없었다. 건설사들이 대대적인 광고를 하며 아파트 분양에 나서도 청약 미달로 미분양이 넘쳐났다. 심지어 건설사들이 대출이자를 대신 내주거나 몇 년 전세로 살아보고 그때 가서 사라는 식의 눈물의 할인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2012년에는 생애 첫 집 매수인이 가장 적었다. '하우스 푸어'(House Poor) 위기가 고조된 시기이기도 하다. 하우스푸어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나 대출에 따른 과다한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생활고를 겪는 가구를 말한다.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산 사람들이 이자를 못 버티고 매물을 던졌지만 살 사람이 없었다. 강남 아파트도 '거래 절벽'에 시달렸고, 전세가율이 70∼80%를 넘어도 "집 사면 손해"라며 전세만 고집하던 이들이 많았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돈이 생기면 집을 사지 않고 외제 차를 사거나 오늘을 즐기자는 심리가 우세했다. 정부가 취득세 감면 등 부양책을 내놓자 "나보고 하우스 푸어 물량을 받아주라는 것이냐"며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이미지 확대 [그래픽]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추이

[그래픽]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추이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1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5월 둘째 주(5월11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조치 종료를 전후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직전 주 대비 평균 0.28%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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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약세를 보이던 서울 강남구 아파트가 상승 전환하면서 서울 전역이 오름세로 돌아섰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매매 가격을 밀어 올리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증시 부양 의지는 현실화에 성공해 부동산에만 쏠리던 시중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흐르는 '머니 무브'(자금 이동) 현상이 일어났다. 그러나 코스피가 단기간에 세 배 이상으로 뛰고 반도체 주식이 초강세를 보이자 일부 주식 차익 실현 자금이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듯하다.

적어도 현재 서울과 인근 부동산 시장에선 "공급을 늘리고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말보다 공급 부족 전망과 불패 신화를 더 믿는 심리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공급 절벽 우려가 인구 절벽 걱정보다 더 크다. 공사비가 오르고 규제 여파로 2∼3년 내 서울 신축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지금 안 사면 영원히 못 산다" 등의 말이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말을 압도하는 것이다. 아파트 가격이 15년 전의 바닥을 딛고 상승세를 지속해오다 보니 실패 경험보다 성공 확률이 높다는 인식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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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이나 부동산은 심리에 따라 움직인다.

지금 부동산시장에서 '공포 심리'를 '안도 심리'로 바꾸기 위해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시장이 신뢰할 만한 주택공급 대책이 나와야 한다. 신축 아파트가 쏟아지고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나와 그때처럼 "주택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신호가 심리를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금융 규제도 더 정교하게 다듬어 무리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생기게 해야 한다.

특정 지역 부동산에만 쏠리는 돈의 길을 막으려면, 주식시장은 '건전한 시장'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탐욕에 의한 단기 투자자금이 아닌 건전한 장기 투자자금의 머니 무브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기업들의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실적이 뒷받침되는 우량한 기업들이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노후는 주식으로 보장된다"는 믿음이 생겨야 베이비부머의 막대한 노후 대비 자금이 지속적으로 주식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다.

indig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5월15일 09시54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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