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민을 다룬 소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1978)의 무대는 아이러니하게도 ‘낙원구 행복동’이다. 이 동네 난쟁이 가족의 대문에 어느 날 재개발 철거 계고장이 붙는다. 집이 헐리는 대가로 아버지 손에 쥐어진 건 아파트 입주권 한 장. 입주할 형편도 되지 못해 결국 브로커에게 헐값에 팔아넘긴 아버지는 벽돌 공장 굴뚝 꼭대기에 올라가 몸을 던진다. 철거민이란 이름은 그렇게 우리 현대사의 가장 그늘진 초상으로 각인됐다.
▶서울 청계천과 도심 판자촌에서 쫓겨난 철거민들로 형성된 도시가 지금의 경기 성남시다. 정부는 “상하수도까지 갖춘 신도시”라 선전했지만 현실은 딴판이었다. 최소한의 생계 대책을 요구하며 주민 5만여 명이 일어선 게 1971년 ‘광주 대단지 사건’이다. 어린 시절 청계천 천막촌에서 쫓겨나 이 대단지 판자촌에서 가난을 견뎌낸 소년 철거민 출신 중엔 나중에 경제부총리를 거쳐 경기도지사까지 오른 인물도 있다. 철거민 특별 공급은 국가 주도 개발의 그늘에서 삶터를 빼앗긴 이들의 눈물로 쓰인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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