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산 꼭대기에 매달린 시한폭탄

1 month ago 23

20년 전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 부탄을 찾은 적이 있다. 국정 지표를 국내총생산(GDP) 대신 국민총행복(GNH)으로 삼은 평화로운 나라였다. 취재 도중 놀라운 사실을 하나 들었다. 온 국민이 산꼭대기에 매달린 시한폭탄에 떨고 있다는 것이다. 1994년 해발 4400m 루개 빙하호의 둑이 터져 국보급 사원을 덮치고 21명이 목숨을 잃은 비극 탓이었다. 그보다 더 위험한 토르토르미 빙하호를 시시각각 감시하며 ‘빙하호 붕괴 홍수(GLOF)’라는 재앙과 전쟁 중이었다. 이 호수가 터지면 네 시간 만에 초당 1만6000㎥의 물길이 들이닥쳐 1200여 채를 삼킬 것이라 했다.

▶’빙하호발(發) 홍수’는 온난화로 물이 불어나 빙하호의 자연 둑이 터지며 순식간에 쏟아져 내리는 현상이다. 빗소리조차 없는 맑은 날에도 불쑥 찾아올 수 있다. 까마득한 산 위에서 시작된 물살이 굉음이 울린 직후 시속 수십 킬로미터로 계곡을 타고 돌진한다. 얼음과 바위, 토사를 끌고 내려오며 마을을 순식간에 삼켜버려 ‘산에서 쏟아지는 쓰나미’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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