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구사마 야요이

1 month ago 15

크고 작은 점 무늬로 유명한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 세계가 강박증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어릴 적 살던 집 식탁보의 꽃무늬 장식이 어느 날 집안 곳곳에 둥둥 떠다니고 자신은 그 속으로 빨려드는 환각을 본 게 시작이었다. 이때 느낀 공포를 ‘악몽 같은 환각’이라고 했다. 식탁보를 치워버리는 대신 구사마는 다르게 대응했다. 스케치북을 꺼내 들고 자신을 괴롭게 한 꽃무늬를 그렸다. “오히려 안도감이 들더라”고 했다.

▶촘촘한 간격으로 반복되는 둥근 점을 보면 불안에 빠지는 강박증을 정신의학은 환(環) 공포증이라 한다. 구사마는 이 강박을 자기 예술의 원천으로 삼았다. 불안으로부터 도피하지 않고 맞서는 ‘구사마 세계’의 시작이었다. 일본 세토 내해의 나오시마 섬,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과 제주 본태박물관에 전시된 노랗고 붉은 호박 조각과 거기 새겨진 크고 작은 무수한 점은 모두 구사마가 내면의 두려움과 싸워 이긴 기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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