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경로당 기피증

3 weeks ago 18

교사로 정년퇴직하고 귀촌한 지인은 경로당에 가지 않는다. 그의 유머 섞인 대답은 이렇다. “형님들이 심부름 시킬까 봐 안 갑니다.” 일흔을 넘겼는데도 막내 취급한다고 했다. 베이비부머(1955~1963) 세대지만, 마음만은 아직 청년이다. 세상이 노인이라 부르면 어쩔 수 없지만, 스스로를 그렇게 인정하기는 싫다고 했다. ‘경로(敬老)’라는 명칭에도 거부감을 느낀다.

▶서울의 한 아파트 경로당은 파벌 싸움도 심각하다. 팔순 넘은 어르신들이 정치 성향에 따라 ‘박정희’ ‘김대중’ ‘김종필’ 지지자로 나뉘어 대립한다고 했다. 상대편이 주도하는 행사는 불참하기 일쑤지만 예외도 있다. 무료 점심시간과 버스 빌려 단풍놀이 갈 때다. 형식적으로 소액의 회비를 내지만, 실제로는 거의 전액 국고와 지자체 예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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