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살던 동네 얘기다. 신축 아파트 후문으로 들어가면 지하철역으로 통하는 지름길이 있었다. 인근 주민도 자유롭게 오가던 길이었는데, 어느 날 철제 차단문이 들어섰다. ‘소음·범죄 우려로 통행 제한’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사실 이 아파트는 재건축 허가 당시 단지 내부 길을 개방하는 조건으로 용적률 혜택을 받았다. 구청 직원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시정 명령을 내려도 벌금 100만원 수준이라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뿐만 아니다. 과거 아파트 정문은 그야말로 문일 뿐이었다. 아파트 값이 오르면서 정문 기둥 위로 지붕을 얹더니 이제는 하나의 거대한 게이트로 ‘진화’했다. 디자인 요소를 더한 ‘문주(門柱)’라는 표현을 쓴 것도 이 무렵부터다. 대리석 마감은 기본이고 폭포식 수경 시설에 화려한 경관 조명이 유행이다. 최근에는 인도와 단지 상가까지 통째로 연결하는 ‘초광폭 문주’가 유행이다. 인천의 한 신축 단지는 문주 길이만 330m에 달한다고 한다. 이쯤 되면 문이 아니라 중세 시대의 성벽이다. 세계 어디에도 이런 아파트 성벽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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