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덕환 "결혼하고 인간됐다…'천국보다' 연기, 꿀 빨았다" [인터뷰+]

1 week ago 3

/사진=씨엘엔컴퍼니

/사진=씨엘엔컴퍼니

*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배우 류덕환이 결혼 후 달라진 연기 스타일을 전했다. 그러면서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연기하면서 이전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즐겁게 임했다"면서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류덕환은 26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JTBC 주말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종영 인터뷰에서 "그동안 저는 치열하게, 필사적으로 연기했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김혜자 선생님의 연기에 숟가락을 얹는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다"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우리 드라마엔 좋은 배우들이 많았다"며 "만약 작품이 안 되더라도 같이 짊어질 배우들이 많아서 부담감 없이 했다. 꿀빨았다"고 너스레를 보여 폭소케 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80세 모습으로 천국에 도착한 해숙이 젊어진 남편 낙준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현생 초월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해숙 역에는 김혜자, 낙준 역에는 손석구가 캐스팅됐고, 류덕환은 목사 역을 맡아 극의 반전을 이끌었다.

목사는 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숨을 거둔 불쌍한 영혼으로, "길을 잃으면 교회 앞에서 기다리라"는 부모의 말을 기억하고 죽고 나서도 교회 앞을 전전하다가 목사가 된 인물이다. 이후 목사의 정체가 해숙의 잃어버린 아들 고은호라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류덕환은 목사를 하기에는 꽤나 다혈질이지만 사역에는 열의가 넘치는 목사 역을 맡아 김혜자와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며 극의 흥미를 이끌었다.

류덕환은 "처음엔 목사를 어떻게 연기할 지 사역하는 동영상도 찾아보고, (김석윤) 감독님에게 물어보고 했는데, '아무 것도 하지마라'고 하셨다"며 "김혜자 선생님을 믿고, 본인을 믿고 그냥 하면 된다고 해서 그냥 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혜자와의 호흡'을 경험하기 위해 '천국보다 아름다운'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는 류덕환은 "매 순간 촬영하면서 '역시 김혜자다'를 느꼈다"며 "어떨 땐 '이렇게 아무 것도 안하고 끌려만 다녀도 될까' 싶을 정도로, 제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고 털어 놓았다.

방송가와 영화계에서 류덕환은 '치열한 배우'로 소문이 났다. 실제로 류덕환은 "'신의 퀴즈' 시즌5까지 촬영하면서 제가 필기하며 적은 노트만 15권이 넘을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자신의 연기를 보기 힘들어 할 정도로 완벽주의자였던 류덕환은 "결혼을 하면서 삶도, 연기도 많이 달라졌다"면서 결혼 예찬론도 펼쳤다.

류덕환은 지난 2021년 4월 유명 쇼핑몰 모델 겸 CEO인 전수린과 8년 열애 끝에 결혼했다. 류덕환은 2020년 방영된 SBS '아무도 모른다' 이후 티빙 '전체관람가+ 숏버스터', 'LTNS'에 출연했지만 주연으로 극을 이끈건 '천국보다 아름다운'이 5년 만이다. 그동안의 공백에 류덕환은 "아내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마지막회를 보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며 "이 작품이 잘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이다' 싶었다"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진=씨엘엔컴퍼니

/사진=씨엘엔컴퍼니

▲ 오랜만에 인터뷰다.

= 드라마 종영으로 인터뷰를 한 건 '신의 퀴즈' 이후 처음인 거 같다. 군대에 다녀온 후엔 3개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느라 하지 못했고, 지난해 전시회로 인터뷰를 하긴 했지만 배우로 인터뷰하는게 오랜만이다. 이번 작품이 관심을 많이 받아서 기쁘다. 이런 말 하는 게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번 작품은 부담감이 없었다. 일단 김혜자 선생님이 계셨고. 저는 숟가락만 얹어야 겠다는 마음으로 갔다. 그리고 좋은 배우들이 많았다. 안되더라도 같이 짊어질 배우들이 많아서 부담감 없이 했다. 꿀빨았다. 하하.

▲ 주변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하더라.

= 오늘 새벽 일이다. 아내가 다시보기로 마지막 방송 보고, 갑자기 저에게 오더니 '너무 슬프다'고 하더라. 그래서 '정말 잘나왔나보다. 다행이다' 싶더라. 제 친구 어머니들에게 연락이 많이 왔다. '좋은 드라마를 보여줘서 고맙다'고 하더라. 안그래도 이 드라마 하면서 행복했는데, 행복한 피드백을 받고 있구나 싶었다.

▲ '천국보다 아름다운'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 시놉시스도 안보고 하게 됐다. 그때 전시를 준비할 때라 '연기는 좀 더 쉬자' 하던 때였다. 그런데 감독님이 만나고 싶다고 하셔서, 그냥 인사드릴 겸 갔다. 그런데 감독님이 바로 '할 거에요, 말거예요' 하시더라. 그래서 '제가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는 거냐'고 하니 '하자. 좋은작품이니 하자'고 하셨라. 그때 김혜자 선생님 나온다는 정보만 들었고, 제가 전달 받은 대사도 한 페이지였다. 그때도 목사, 해숙이 아니라 '혜자', '덕환'으로 표기돼 있었다. 그걸 보고 감독님이 '날 염두하셨나보다' 싶더라. 이미 완성된 팀이 불러준 거라 고민없이 해도 즐겁겠다 싶더라. 무엇보다 큰 기회지 않나. 김혜자 선생님이랑 연기할 수 있는 건 제 나이대 배우들이 다 부러워할 거 같다. 그래서 바쁘더라도 '놓치면 바보다' 해서 하게 됐다.

▲ 목사라는 인물이 반전의 역할이라 연기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거 같다.

= 저도 '반전은 어려운데, 어떻게 숨기지. 내가 입이 좀 싼데' 이러긴 했다.(웃음) 그런데 감독님이 저에게 '반전이 중요한 드라마는 아니다'고 했다. 그냥 있으면 된다고 하더라. 그리고 김혜자 선생님을 믿으라고 하셨다. 선생님이 미우면 미워하고, 예쁘면 좋아하면 된다고. 또 '날 믿어'라고 하셨는데, 그게 큰 도움이 됐다. 저에게 말씀하신 게 '해숙과 목사를 찍을 땐 다른 드라마 찍는다고 하고 찍을거야. '해숙포레스트'로 이 장면만 붙여서 봐도 힐링이 되도록 찍자'고 하시더라. 시작할 땐 부담이 있었지만, 촬영하면서는 그런게 없었다.

▲ '역시 김혜자구나' 느낀 포인트가 있었나.

= 항상 그랬다. 스스로에게 화도 났다. 나름 저도 연기를 오래했는데, 저만 끌려가니까 미치겠더라.(웃음) 거의 관전자였다. 너무 재밌었다. 제가 준비한 게 무의미했다. 제 리액션을 선생님이 알아서 만들어주셨다. 고민하고, 준비하고, 생각할 의미가 없겠다 싶었다. 김혜자라는 사람 자체가 그 분위기를 만들어주니까. 또 감독님이 류덕환이라는 인간을 뽑은 이유가 있을거다 싶었다.

▲ 감독님은 왜 뽑았다고 하던가.

= 좀 친해진 후 물어봤다. 이렇게 쓸거면 왜 했냐고.(웃음) 이렇게 디렉션도 안주고. 감독님이 원래 제 팬이었고, 저와 김혜자 선생님의 관계를 보셨다고 했다. 저는 아역때 선생님을 만났고, 성인이 된 후에야 선배님으로 인식하고 멀리서 바라보며 존경하는 마음을 키워왔지만 선생님은 많은 과거를 잊지 않았겠나. 많은 과거 속에 저도 잊혀졌을 거다. 그 부분 때문에 저를 선택했다고 하더라. 해숙이 잊고 있던 아들을 기억하게 되는 것처럼, 현실의 김혜자에게도 잊고 있던 인물이 와줬으면 한다고 생각하신 거 같다.

▲ 목사는 천국의 상징같은 인물이었다. 그런데 어찌보면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종교의 통합판이었다. 기독교의 목사, 천국과 지옥이 나오지만 불교의 윤회와 환생이 다뤄지고 무속 신앙의 염라까지 등장한다.

= 저도 처음에는 목사라는 직업 때문에 함정에 빠질뻔 했다. 은호가 목사가 된 건 교회에서 기다릴 수 밖에 없어서 그렇게 된 거다. 어떻게 보면 날라리 집사 같은 사람이다. 천국이니 회개할 사람도 없을 거고, 필요로 하는 명확한 것도 없고. 그런데 교회도 있고. 전 그 설정 자체가 재밌었다. 처음엔 설교 영상도 찾아보며 목사의 톤도 어떻게 잡을지 고민했는데, 감독님이 '보지마'라고 했다. '전혀 상관없다'고 하시더라. 감독님의 그런 명확한 모습이 좋고, 편했다. 그리고 12부 대본을 보고 확실히 알았다. 천국도 지옥도 그 무엇도 중요한 게 아니더라. '천국보다 아름다운' 그 무엇을 얘기한 거였다.

▲ 이전에 살아온 삶이 배역으로 온 거 같다.

= 감사한게 많다. 저는 정말 치열하게 일했다. 승부욕이 강해서 무조건 1등이 돼야 했고,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주변의 눈치도 많이보고 긴장도도 높았다. 그러다보니 어느순간 집에가면 뭔가 허탈함이 있었다. 모든 순간 연기를 한거 같았다.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 순간에도. 어떤 말, 행동을 하든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한 게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일을 하고, 운 좋게 주인공을 일찍 시작했다. 그 부담감이 몸에 베어 있었다. 연기를 할 때마다 그 부담감에 휩싸여 너무 힘들었다. '웃고있지만 내 연기를 안좋아하는 사람도 있어'라고 의심하고. 그래서 더 잘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번엔 신기할 정도로 하나도 그런 게 없었다. 이렇게 맘 편하게 한 적이 없다. 연기가 스트레스가 아니구나 싶더라. 예전엔 맨날 노트 가득 채워서 필기하고 그랬다. '신의퀴즈' 시즌5를 하는 동안 노트만 15권 넘게 썼다. 대사만 외워서 하는게 안됐다. 끊어서가 안된다. 수식 쓰는 것도 칠판에 쓰는 거면 그걸 다 외워갔다. 그걸 해야 이 스태프들이 '나를 보면서 우리도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하겠지' 이런 요상한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번엔 그냥 아들로 갔다. 입에 음식 넣어주면 받아 먹고. 하기 싫은거 시키면 안한다고 하고.(웃음)

▲ 정말 많은 음식을 먹었는데, 어떤게 가장 맛있었나.

= 다 맛있었다. 특히 강된장이 죽여줬다. 비오는데 그걸 먹으니 너무 맛있더라. 미숫가루도 진짜 맛있고. 저희 드라마의 그런 지점들이 좋았다. 사람들은 음식으로 통합되는 게 있다. 안 친한데 '뭐 먹었어' 물었는데, 제가 좋아하는거 먹으면 공감되고. 보통의 드라마는 가까워지기 전에 어떤 사건이 있는데 우리는 음식이었다. 음식으로 마음을 열고, 이런 관계들이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편하게 본 거 같다.

▲ 5년 만에 작품에서 주연으로 작품을 참여하는데, 그동안 바뀐 환경은 결혼 뿐이다. 결혼의 영향인가.

= 결혼 생활이 가장 크다. 연애 할때 제가 너무 바빠서, 저 때문에 새벽에 만나고, 밤 늦게 만나고 그랬다. 결혼 후 이 친구가 저를 선택해줬는데, 물질적인 거 말고 뭘 해줄 수 있을까 싶더라. 내가 시간을 많이 뺏았으니 돌려주자였고, 그래서 내 시간을 내려고 했다. 생각해보니 저도 꽤나 안쉬고 일했더라. 그래서 1, 2년만 쉬기로 했고. 그러다 코로나 터지고. 그래서 더 둘이 있을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아내 친구들을 만나는 경우도 늘었다. 진짜 사람사는 얘기를 듣기 시작한 거다. 그런 것도 재밌었다. 이전의 전 다양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던 거 같다. 나름대로 배우니까 관찰한답시고 버스타고, 지하철타고 이렇게 봤는데, 진짜를 배운 거다. 과거엔 저 혼자 상상으로 판단을 내렸다면, 지금은 진짜를 만난거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구나 느껴진거다. 그러면서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커진 거 같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그럴수 있지. 나도 싫어할 수 있으니' 이렇게 되고. 그리고 감사하게 이 작품을 만났는데, 환경이 좋았다.

▲ 결혼 만족도가 높아 보인다.

= 너무 좋게 말하면 한국 사람들은 안 믿는데, 전 만족한다. 저는 결혼하면서 인간이 됐다. 술 먹는 것도, '내가 술을 좋아했었나' 싶다. 예전엔 많이 먹고 술자리도 많이 갔는데 요즘은 안 먹는다. 예전엔 선배님들이 부르면 다 나가고, 말도 안되는 배우병에 걸려서 '배우는 술 잘 먹어야해' 이러고. 늦게까지 술 먹고, 몸은 아프니 오늘을 챙기기에 바빴다. 그런데 지금은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만 챙기기에도 일주일이 바쁘다. 다른 사람들에게 제 에너지를 할애할 시간이 없는 거다. 제 에너지를 함께할 수 있는 가족과 있는게 즐겁고 행복하다. 아내는 사업을 하고, 저는 요리를 좋아해서 제가 요리를 자주 해주는데, 항상 맛나게 먹는다. '오늘은 매운맛을 첨가해 스트레스를 풀어주자' 이런 식으로. 아내와 함께 밥을 먹고 하루 일과를 얘기하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아내가 출장을 간 날, 사무치게 외롭더라. 하필 그날 천둥이 쳤다. 누가 옆에 있는 것과 없는 것에 차이가 크다 싶었다. 전 혼자 있는 걸 좋아했는데, '생각보다 같이 있는 걸 좋아하는구나' 싶더라. 언제 불꽃이 튈까 긴장감도 늘 갖고 살아가고.(웃음)

▲ 'LTNS'에서 마성의 '전 남친' 역할을 맡았는데, 그때 불꽃이 튀었을까.

= 생각보다 그런것에 무던하다. 전 질투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게 없다. '키스신 찍는다'고 해도 '괜찮다'고 하더라. 시나리오를 보고 '아내에게 물어보겠다'고 해서 감독님이 뭐라고 하셨는데, 아내는 한번에 쿨하게 허락해줬다. 저는 'LTNS'를 제가 나오는 장면을 못봤다. 그런데 아내는 '예쁘게 나왔다'고 하더라. 저는 원래 제 연기를 못본다. 이번에 거의 처음으로 다 보게 됐다. 제가 못한 것만 보여서 집중력이 깨지는 거다. 그런데 지금은 다 본다. 이런 변화는 다 결혼을 해서인거 같아서.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

▲ 다재다능한 활동을 하고 있다.

= 단편 '내 아내가 살이 쪘다'는 엄마를 위해 만든 거였다. 엄마에게 하고 싶은 얘길 영화로 만들었다. 제가 연출을 하는 이유는 하고 싶은 얘길 하고 싶어서다. 배우는 선택당하는 입장이다. 필연적으로 타인으로 살아야 하니까, 내 얘길 하고 싶다. 내 얘길 하려면 예능, 유튜브 이런 것만 있을까 싶어서, 그래서 단편을 찍어본 거다. 이번 전시도 그런 의미로 했던 거다. 배우 외적인 부분으로 자기 얘길 할 수 있는게 뭘까 싶어서.

▲ 아역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연기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드라마처럼 다시 환생을 하게 된다면 배우를 할건가.

= 제가 아역 시절엔 소품 취급을 당해서 좀 무서웠다. 전 어릴 때 제 이름이 '야'인줄 알았다. 이름이 아닌 '야'라고만 불렸으니까. 아이니까 눈물이 안날 수 있는데, 그럴 땐 뺨을 때린다. 그렇게 아역 친구가 우는 걸 보고 '못 울면 나도 맞겠다' 싶어서 맞기 싫어서 울었다. 그때 아역을 생각하면 너무 싫다. 지금은 많은 선배님들이 바꿔주셨고, 많은 스태프들이 인간적으로 대해주시고, 예뻐해주신다. 어머니들도 그 부분을 잘 알고 계시고, 학교 생활도 중요하다는 걸 아셔서 많이 변했다. 환생한다면 또 배우를 하고 싶다. 제가 숫기가 너무 없어서,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막 토를 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어머니가 걱정을 해서 인근에 작은 극장이 생겨서 저를 보낸 거다. 그런데 제가 놀고 있었다고 하더라. 어머니가 누군가 낯선 놀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처음봐서 '이걸 시켜야 겠다' 하셨다더라. 그때 처음 한 게 '벌거숭이 임금님'이었다. 별 건 아니었다. '저 임금님 벌거벗었대요' 이게 저의 첫 대사였다. 그렇게 시작한 거다. 그런거 보면 필연적이든 우연적이듯 연기를 하는 게 저의 운명이라 그쪽으로 간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 류덕환에게 연기란 무엇인가.

= 얼마 전 박근형, 신구 선생님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 신구 선생님을 보면서. 김혜자 선생님도, 신구 선생님도, 그들에겐 다음이 얼마 안남았다. 그래서 많이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고 싶더라. 신구 선생님이 그 무대에서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시는데, 저렇게 즐겁게 하고 계시는데, 연기가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연기자라면 연기를 계속하는 거다'라는 생각했다. 삶을 표현하는 거니까. 지금의 저도 지금 뿐이니, 계속 뭔가를 하지 않으면 의미 없는 시간이다. 그게 좋은 연기자인거 같다. 톰 크루즈 형님도 여전히 액션을 하는게 멋있지 않나. 그게 배우로서 가져야할 기본적인 모습이 아닌가 싶다.

▲ 감독님이기도 하고, 기획자이기도 한데 다음 작품은 언제 볼 수 있을까.

=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하지 않을까. 요즘 하고 싶은 얘기는 요리다. 얼마 전 후라이팬을 바꿨는데, 스텐을 길들이는게 어렵더라. 불조절과 기름 코팅까지. 또 하나 배웠다. 그리고 설거지는 무조건 남자가 해야 한다. 설거지를 하면서 엄마한테 예전에 그릇데 고춧가루가 묻었다고 뭐라고 한 게 떠오르더라. 어머니가 오십견이 오셨는데, 그렇게 설거지를 하신 거다. 설거지를 할 때 힘도 들어가고 집요함도 있어야 한다. 요리를 할때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주방에 대한 판타지를 써보려 한다. 이것도 단편이다. 장편은 잘하는 사람도 많고, 돈도 받아서 해야 한다. 저는 그냥 하고 싶은 얘길 기록으로 남기는 정도고,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떨까. 소속사도 최근에 예전에 일했던 분들과 다시 만났고.

= 차기작은 매니저 분들과 얘기해봐야 될 거 같다.(웃음) 이제 방송이 끝났고, '류덕환 연기 그만뒀다'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을텐데, 그 분들에게 생존 소식을 전해서 천천히 차기작은 생각해보려 한다. 예전에 '다시 일을 시작해볼까' 생각하면서 회사를 바꾸는게 첫걸음 같았다. 나를 바꾸려면 새로운 사람들과 해봐야겠다 싶더라. 그런데 제가 정말 낯을 많이 가리더라. 제가 원하는 걸 명확하게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 대표님께도 '싫은 게 아니고, 내가 답답하다'고 했다. 그러다 오래 일한던 이 매니저 형들을 다시 만났고, 편하게 말하는 저를 봤다. 전 떠돌이가 안되는 사람이구나 싶더라. 그래서 형들에게 얘길 했다. 그렇게 다시 만났다.

▲ 하반기 계획이 있나. 카페는 어떻게 됐나.

= 어머니 칠순 잔치를 해야 한다. 이모들과 오랜만에 다같이 모여서 그런걸 준비하려 한다. 카페는 지금 하고 있지 않다. 정말 재밌게 잘했는데, 전시를 준비하면서 접었다. 집기들도 당근에 다 팔고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