뜯자마자 대놓고 "교환합니다"…2030 롯데월드 몰려간 이유 [덕질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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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보다 소비력 갖춘 2030
IP 소비 방식 '소장'→'재현' 바뀌어
게임 속 콘텐츠 오프라인서 구현
팝업 '4만명' 방문·롯데월드 입장객 30%↑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 야외광장에 열린 '헤네시스 머쉬룸 파크'에서 이용객들이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타워 야외광장에 열린 '헤네시스 머쉬룸 파크'에서 이용객들이 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증명사진 교환합니다! 보시고 필요하신 거 말씀해주세요!"

지난 8일 오후 5시경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메이플스토리 팝업스토어. 학창 시절 메이플스토리를 즐기던 2030 소비자들은 굿즈를 구매하고 매장 밖으로 바로 나서지 않았다. 이들은 랜덤 뽑기(가챠)에서 굿즈를 뽑은 뒤 다른 이용자들에게 말을 걸며 교환을 제안했다. 이용자들은 이를 두고 게임 속 거래 공간인 '자유시장'이 현실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입을 모았다.

학창 시절 돈이 부족했던 '메이플 키즈'들이 구매력을 갖춘 2030이 되면서 지식재산권(IP) 소비 방식도 '소장'에서 '재현'으로 바뀌고 있다. 이들은 추억의 굿즈를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게임 속 거래와 교류 문화를 현실 공간에서 다시 경험하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비했다.

2030된 메이플 키즈…게임 속 '자유시장' 현실서 열어

지난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메이플스토리 팝업스토어에서 손하영 씨(26)와 이용자들이 굿즈를 교환하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은 이를 현실판 '자유시장'이라고 부른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메이플스토리 팝업스토어에서 손하영 씨(26)와 이용자들이 굿즈를 교환하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은 이를 현실판 '자유시장'이라고 부른다. /사진=박수빈 기자

팝업스토어는 단순한 굿즈 판매 공간이 아닌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의 '자유시장'이었다. 2017년도부터 메이플스토리를 즐긴 손하영 씨(26)는 이날 팝업스토어 한쪽에서 증명사진 굿즈를 종류별로 끼운 바인더를 들고 "교환합니다"라고 이용자들에게 외쳤다. 이어 가챠 기계에서 굿즈를 뽑은 이용자들이 조심스레 다가왔다. 이들은 어떤 캐릭터가 있는지, 교환이 가능한지 묻고 서로 원하는 굿즈가 맞아떨어지면 즉석에서 거래가 성사됐다.

손씨는 거래를 위해 주말은 물론 시간이 날 때마다 팝업스토어를 방문했다. 손씨는 "온 날을 셀 수가 없다"며 "메이플스토리 말고 다른 좋아하는 장르는 현장 교환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플랫폼에서 돈을 주고 사야 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서로 거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팝업스토어 직원들 또한 이용자들의 '자유시장' 문화를 제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하는 굿즈를 찾는 이용자들에게 "자시(자유시장) 하세요"라며 장려했다.

팝업 '4만명' 돌파, 굿즈 40여종 '완판'…흥행 이어져

이같은 2030의 추억 경험 소비는 실제 흥행으로도 이어졌다. 롯데월드몰 메이플스토리 팝업스토어는 개장 후 3일 만에 1만명이 몰렸다. 오는 14일 종료를 앞두고는 누적 방문객 4만명을 넘었다. 롯데백화점 측은 팝업스토어 최종 마감일까지 총 5만명에 달하는 고객이 방문할 것이라 전망했다.

굿즈 또한 완판 행렬을 이었다. 마우스 장패드, 봉제 인형 등 40여 개 굿즈 품목이 매장에서 완판됐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유시장' 거래 주요 품목으로 꼽힌 배경음악(BGM) 키링 굿즈는 일주일 만에 준비 수량이 완전히 매진됐다.

이용자들이 단순 구매가 아닌 '경험'을 소비하면서 관련 상품과 체험 공간 모두 흥행을 기록했다. 메이플스토리와 협업한 롯데월드 또한 입장객이 늘었다. 롯데월드는 '메이플아일랜드존'을 연 이후 한 달간 입장객이 전달 보다 30% 증가했다. 개장일을 포함한 첫 주말 해외 입장객은 약 14% 늘어났다.

"군 전역 이후 다시 왔다"…발걸음 돌린 체험형 IP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에서 관람객들이 메이플스토리 퍼레이드를 즐기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팬 일부가 주황버섯 모자 굿즈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에서 관람객들이 메이플스토리 퍼레이드를 즐기고 있다. 메이플스토리 팬 일부가 주황버섯 모자 굿즈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메이플스토리 이용자들이 재현한 것은 거래 문화만이 아니었다. 롯데월드에서도 이용자들의 추억 소비는 이어졌다. 롯데월드는 지난 4월 넥슨과 손잡고 상설 테마 공간인 '메이플 아일랜드'를 열었다. 어트랙션은 물론 롯데월드 곳곳을 메이플스토리 IP로 꾸며 게임 속 세계관을 놀이공원에 구현했다.

이에 발걸음을 끊었던 이용자들도 다시 롯데월드를 찾았다. 초등학생 때부터 메이플스토리를 했다는 최선욱 씨(29)는 "군대 제대하고 롯데월드를 가 본 적이 없었는데 콜라보 덕분에 메이플하는 친구랑 가봤다. 남자애들끼리 놀이공원에 가 볼 일은 진짜 없는데 메이플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에서 자신의 생일날에 맞춰 대만에서 온 주호 팅 씨(25)가 메이플스토리 굿즈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에서 자신의 생일날에 맞춰 대만에서 온 주호 팅 씨(25)가 메이플스토리 굿즈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메이플스토리 세계관을 구현한 롯데월드는 해외 이용자들에게도 '성지'로 떠올랐다. 대만에서 온 주호 팅 씨(25)는 자신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생일 당일 롯데월드를 찾았다. 팅씨는 "메이플스토리 대만 버전을 10년 동안 했다"며 "오늘 제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일부러 날짜를 맞춰 롯데월드에 왔다. 메이플스토리가 한국 올 생각도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하게 굿즈만 팔았으면 흥행이 어려웠을 수도 있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영 어덜트 소비자들은 어떤 물품을 샀는지 보여주기보다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중심으로 올린다. 그리고 이런 콘텐츠가 바이럴 되면서 '나도 경험하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 세계관 구현이 영 어덜트 IP 소비자에 있어서 중요한 지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팬덤의 '설렘'은 단순 '덕질' 소비를 넘어서 실질적인 경제 지표를 움직이는 '덕질 경제'로 자리잡았습니다. K-컬처를 매개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을 총망라해 대중의 열광이 어떻게 '설레는 소비'로 치환되는지 그 이면의 수익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을 날카롭게 포착하고자 합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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