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12일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조달 금액과 기업 가치 모두 기업공개(IPO)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스페이스X는 이날 클래스A 보통주(구주) 약 5억5000만 주를 주당 135달러에 매각해 750억달러(약 114조원)를 조달했다. 종목명(티커)은 SPCX다. 상장 시점 기업 가치는 1조7700억달러(약 2691조원)로 평가받았다. 종전 최고 기록은 294억달러를 공모해 1조7000억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 공모에는 목표액의 네 배인 2500억달러의 투자 수요가 몰렸다.
2002년 설립된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 팰컨과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를 운영하는 세계 최대 우주기업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이 중심이던 국가 주도 우주 사업을 민간 중심으로 전환한 ‘네오스페이스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월에는 머스크의 인공지능(AI) 기업 xAI를 합병해 우주, 통신, AI를 아우르는 사업 구조를 갖췄다. 머스크는 테슬라에 이어 시가총액 1조달러가 넘는 상장사 두 곳을 동시에 이끄는 첫 기업인이 됐다.
스페이스X 상장에 2500억달러 몰려
화성에 100만명 도시 건설 위해…'글로벌 독점' 스타링크 수익 투자
“인류를 다행성 종족(multi-planet species)으로 만들겠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익스플로레이션테크놀로지(Space Exploration Technology·스페이스X)가 지난달 20일 기업공개(IPO) 투자설명서를 통해 밝힌 회사의 목표다. 1조7700억달러(약 2691조원)에 달하는 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전통적 재무 분석으로 이해할 수 없다. 2002년 설립 이후 23년 간 흑자를 낸 적도 없다. 이익이 없으니 주가수익비율(PER)을 산출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12일(현지시간) 상장하는 스페이스X에 2500억달러(약 380조원)의 자금이 몰린 건 ‘화성 개척’이라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한 머스크에 대한 투자라는 평가가 많다. 그는 이번 상장을 계기로 우주·로보틱스·인공지능(AI)을 아우르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하려고 하고 있다.
◇ 우주여행 비용 5만분의1로
머스크는 화성에 100만명 규모의 정주(定住) 도시를 만들려고 한다. 인류가 영원히 지구에서 살아갈 수는 없다는 그만의 이유를 든다. 이를 위해서는 우주선 약 1000대가 필요하다. 우주선 한 척당 200명을 태우고 50번 왕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우주선이 바로 스페이스X가 지난달 22일 12차 시험발사에 성공한 ‘스타십’이다.
선결 조건은 우주여행 비용을 대폭 낮추는 것이다. 인류 최초의 유인 달탐사 비행인 아폴로 프로젝트에 든 비용은 100억달러(약 15조원). 이를 5만분의1 수준인 20만달러로 낮춰야 대규모 인류 이주가 가능하다는 게 머스크의 계산이다.
머스크가 제시한 비용 절감 방법은 네 가지다. △우주발사체의 완전한 재사용 △궤도 재급유 △메탄 추진체 사용 △화성 연료 생산이다. 발사체 재사용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2017년 최초로 1단(추진체) 재사용에 성공한 ‘팔콘9’의 개별 기체 누적 재사용 횟수가 35회를 넘겼고, 스타십은 1단과 2단(우주선)을 모두 재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스타십은 화성 연료에서 만들기 쉬운 메탄 연료로 발사한다.
다음 목표는 궤도 재급유다. 스페이스X는 최소한의 연료를 싣고 비행사와 화물을 실은 발사체를 궤도에 띄운 뒤, 다시 지상에서 연료 운반 우주선(탱커)을 3~5회 띄워 연료를 급유하는 계획을 그리고 있다.
◇ 테슬라·스페이스X 합병할까
스페이스X 상장은 이 같은 여정을 추진해나가기 위한 자금 확보 의도로 풀이된다. 스페이스X는 투자설명서에서 “발사 인프라·발사체 강화, 위성군 확대, AI 컴퓨팅 인프라 확장에 자금을 쓰겠다”고 명시했다.
스페이스X는 현재 우주 발사체와 통신(스타링크), AI 3가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초기 스페이스X는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려 미 항공우주국(NASA) 등 정부 사업을 수행하고 민간 기업 위성을 대신 발사해주는 서비스에 집중했다. 그러나 프로젝트성 사업에는 한계가 있었다. 스페이스X는 2019년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구독형 통신 상품, ‘스타링크’를 내놨다. 자사 발사체로 통신 위성을 띄우고, 이를 바탕으로 가입자에게 구독료를 받는 사업이다. 스타링크는 지난해 출시 6년 만에 78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회사 매출의 61%를 벌어들이는 캐시카우가 됐다.
AI는 스페이스X가 총 26조5000억달러(약 4경33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있는 전망하는 초대형 시장이다. 우주 발사체(3700억달러) 시장의 71배, 통신 시장(1조6000억달러)의 16배에 달한다. 지난 2월 ‘xAI’ 합병은 그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상에 콜로서스 등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우주에 태양광기반 데이터센터를 띄워 연 1기가와트(GW)가 넘는 컴퓨팅파워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상장 이후 머스크가 창업한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합병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양사 통합의 이점은 분산돼 있던 자금과 기술을 향후 주력 전장인 AI 분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영권 확보 면에서도 머스크에게 유리하다. 그동안 ‘1주 1표’ 방식인 테슬라에서 의결권이 10%대에 그친 머스크가 자신의 의결권을 합병을 통해 70% 이상으로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스페이스X와 테슬라는 2027년께 80% 이상의 확률로 하나의 기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김동현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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