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장 주소 노출돼 가정폭력 피해자 참변 주소 비공개 제도 있어도 피해자가 신청해야 쉼터 피신 땐 직장-일상 포기 부담까지 떠안아 처벌 의사 묻기 전 피해자 안전부터 보장해야 정소연 객원논설위원·변호사·SF 작가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또 한 명 살해당했다. 경기 광주시에서 30대 여성이 남편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제출한 이혼 소장에서 이사한 주소를 알아내 출근 시간대를 노려 찾아갔다고 한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이혼소송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최악의 상황 중 하나다.가정폭력 피해자의 이혼은 어렵다. 보호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피해자의 취약성과 제도의 경직성, 절차의 시간적 한계 때문에 쉽지 않다. 가정폭력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한다면 민사소송법 제163조에 근거해 피해자의 주소 등 인적사항을 가려 달라고 신청할 수 있다. 즉, 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그러나 실제로 이 제도를 활용하기란 쉽지 않다. 일단 당사자가 이 제도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도 이혼 소장을 제출한 뒤 주소가 노출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제도를 안내 받더라도 취약하고 불안한 상태에서 어려운 절차를 밟으며 별도의 신청까지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한 번이라도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해 기록을 남겼어야 신청 사유를 쓸 수 있는데, 주소를 들키지 않고 소송할 수 있게 일단 한 번 얻어맞고 다시 오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또 다른 변수는 자녀다. 가정폭력을 피해 피신하더라도 가해자가 남편이라면 가해자는 자녀의 아버지이므로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을 수 있다. 그나마 주민등록표 열람 또는 등·초본 발급 제한 신청 제도가 정착돼 이제는 경찰에 고소하지 않았더라도 피해자와 자녀의 주민등록상 주소를 가해자가 열람하지 못하도록 조치할 수 있다. 다만 이 역시 가정폭력상담소의 상담사실확인원이나 의사의 가정폭력 진단서 등이 필요하다.쉼터가 있지 않으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쉼터는 일반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그 수와 수용 가능 인원이 충분하지 않다. 쉼터 가운데 가족과 함께 입소할 수 있는 가족쉼터는 일부에 불과해 자녀를 동반한다면 더 어렵다. 휴대전화 사용 제한, 외출 제한 등 생활을 제약하는 규칙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특히 직장인 피해자라면 곤란하다. 따져보자면 입소자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이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쉼터 위치가 발각된 사고가 있었다거나, 출...
[동아광장/정소연]가정폭력 피해자에게 ‘보호 책임’ 떠넘겨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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