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감이 예전같지 않네요. 이제 연습장 가서 샷부터 퍼팅까지 모두 연습해야겠습니다."
'풍운아' 허인회가 돌아왔다. 금지약물 복용으로 받은 6개월 출장 정지 징계를 마친 그는 28일 KPGA투어 동아회원권그룹 오픈 1라운드(총상금 7억원)을 시작으로 투어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해 11월 KPGA투어 챔피언십 이후 9개월만에 출전한 대회였다.
이날 경기 광주 강남300CC(파70)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허인회는 버디2개, 보기 2개에 마지막 홀을 더블보기로 마감해 3오버파 73타를 쳤다. 그는 "오늘 경기가 묘하게 안풀리는 느낌이었다. 아쉽지만 내일 4언더파 이상을 쳐서 커트통과를 하겠다"고 밝혔다.
허인회는 지난 5월 KPGA로부터 금지약물 복용을 복용했다는 이유로 7개월 출장 정지를 받았다. 대회를 마치고 국제반도핑기구에서 금지 약물 사용 혐의가 있다는 통보를 받았고, 소명 과정을 거쳐 지난 5월 6개월 출장 정지 징계가 확정됐지만 공식 결정 전부터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허인회는 "문제가 된 약은 통풍 때문에 종종 복용하던 약"이라며 "의사가 종종 쓰던 진통제가 사용 가능 약물에서 사용 금지 약물로 바뀐 사실을 미처 몰랐던 탓에 벌어진 일이었다. 금지 약물에 대한 경각심을 덜 가졌던 제 잘못"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 사례로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복용한 약은 트리마돌이다. 허인회는 "사전 허가를 받고 복용하면 문제가 없고, 경기 당일 복용만 금지돼있다"며 "지금은 아예 이 약을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1년에 한번, 세미나때 금지약물 교육을 한다. 그런데 이걸 대충 넘겼던 제 잘못"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출장정지는 그에게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 징계를 받게 되면서 그는 한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거의 반년 동안 연습도 하지 않았다.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무서웠다. 은퇴를 해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한동안 스스로를 고립시켰던 그는 가족의 응원을 받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는 "처음에는 아내가 토닥토닥해주다가 나중에는 '이제 정신 좀 차려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출전 정지가 풀린 지난달, 허인회는 DP월드투어 덴마크 챔피언십에 출전해 커트탈락햇다. 그는 "거의 반년간 쉬다가 출전 3주 전부터 연습을 재개했다"며 "생각보다 더 못 쳐서 깜짝 놀랐다. 투어 재개를 앞두고 좋은 자극을 받았다"고 빙긋 웃었다.
이날 경기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샷은 나쁘지 않았는데 감이 너무 떨어졌더라. 그래도 잘 풀어갔다고 생각햇는데 마지막 9번홀(파5)에서 티샷, 두번째샷, 세번째 샷이 모두 나무를 맞았고 더블보기까지 했다"고 했다.
아픔 끝에 돌아온 무대, 그는 다시 한번 반전을 예고했다. 허인회는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다. 2, 3년 쉬었다 나온 기분이다"며 "남은 시즌 동안 2승은 올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용인=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