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BTS·만개한 '솔로 제이홉', 그리고 5만 아미…끝 아닌 시작 [리뷰]

18 hours ago 1

제이홉, 첫 솔로 월드투어 대장정 마무리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서 2일간 앙코르 공연
1일 2만7000명, 총 5만4000명 동원
랩에 퍼포먼스까지 꽃 피운 '솔로 능력치'
'전역' BTS 멤버들도 참석…2막 기대

그룹 방탄소년단 제이홉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 제이홉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BTS) 제이홉이 데뷔 후 첫 솔로 월드투어의 끝을 향해 달렸다. 홀로 스타디움을 꽉 채운 그는 데뷔 기념일에, 아미(공식 팬덤명)와 멤버들이 바라보는 가운데서 만개한 솔로 능력치를 내보였다. 이보다 황홀한 마침표가 있을까.

제이홉은 13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홉 온 더 스테이지파이널(HOPE ON THE STAGE FINAL)'을 개최했다. 지난 2월 서울 KSPO DOME(올림픽체조경기장)을 시작으로 북미와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진행한 첫 솔로 월드투어의 마침표를 찍는 앙코르 공연으로, 다음날인 14일까지 2일 동안 진행한다.

첫 솔로 월드투어인 '홉 온 더 스테이지'로 제이홉은 총 15개 도시에서 31회 공연을 열었고, 47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틀간 개최되는 이번 앙코르 공연의 관객 수는 총 5만4000명(1일 2만7000명)으로 추산된다.

'홉 온 더 스테이지'는 '무대 위의 제이홉'을 뜻하는 동시에 희망과 소원, 꿈이 무대에서 실현된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제이홉이 걸어온 여정을 '야망(Ambition)', '꿈(Dream)', '기대(Expectation)', '상상(Fantasy)', '소원(Wish)' 다섯 개의 테마로 풀어냈다.

앞서 투어의 포문을 연 서울 공연에서 제이홉은 가로 2m, 세로 3m의 네모난 육면체 리프트 25개를 활용한 메인무대에서 강렬하고 압도적인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여 감탄을 자아냈었다. 실내 공연장의 특성에 맞게 무대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출을 한 데 집약시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스타디움 규모로 장소가 더 커졌지만, 짜임새 있는 연출력과 제이홉의 에너지는 객석 곳곳을 채우고도 남았다. 메인 무대 배경을 빈틈없이 채운 거대한 5개 화면의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제이홉은 시작부터 혼신의 힘을 쏟아냈다. 희뿌연 스모그가 무대에 차오르고 육면체 리프트의 4면을 감싼 LED가 빨갛게 바뀌며 활화산을 연상케 하는 형체가 드러나자 제이홉은 폭풍처럼 랩을 뱉어냈다.

'왓 이프…(Waht if…)'로 포문을 연 제이홉은 '판도라 박스(Pandora's Box)', '방화', '스톱(STOP,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까지 잇달아 선보이며 단번에 아미들을 하나로 이끌었다. 새빨간 의상에 선글라스를 매치한 그는 힘 있는 래핑과 절도 있는 퍼포먼스로 확고하고 확실한 무드의 오프닝을 완성했다. 하늘을 향해 높게 뻗어 올라간 불꽃보다 더 화려하고, 쉴 새 없이 피어오르는 화염보다 뜨거웠다.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열정 넘치는 오프닝만으로도 얼굴에서 땀이 주르륵 흘렀다. 팬들은 열과 성을 다하는 제이홉에게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힘을 실어줬고, 제이홉은 팔을 벌려 이를 온몸으로 느꼈다. 그는 "믿기지 않는다. 서울에서 2월 말에 시작해서 3개월 동안의 투어가 있었다. 이 공연이 드디어 파이널에 도착했다"며 감격했다.

특히 이날 공연은 방탄소년단의 데뷔 12주년 기념일에 열려 더욱 의미가 남달랐다. 제이홉은 "파이널 공연을 6월 13일에 하게 돼 너무 영광"이라면서 "야심 차게 준비했다. 이 정도로 바뀌어도 되나 싶은 정도로 많이 준비했다. 보면 볼수록 더 무언가를 원하고 계속 함께하고 싶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당찬 포부와 함께 한 편의 예술이 무대 위에서 펼쳐졌다. '모어(MORE)' 무대에서는 25개의 리프트가 상승·하강을 반복하는 연출과 함께 댄서들이 곡의 분위기 전환에 맞춰 정적인 움직임과 역동적인 움직임을 오갔다. 제이홉은 이 모든 동작을 지휘하듯 단단한 랩으로 전체적인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드림' 섹션에서는 한층 여유롭고 자유분방한 제이홉을 만날 수 있었다. 앞선 '야망' 키워드로 제대로 각 잡힌 아티스트 제이홉을 보여줬다면, '드림'을 통해서는 방탄소년단의 메인 댄서인 그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스트리트 댄스'의 매력을 한껏 표현했다.

'온 더 스트리트(on the street)'로 시작해 '록/언록(lock/unlock)'까지 다채로운 댄서 퍼포먼스와 함께 팬들과 '티키타카'하는 제이홉의 무대 매너는 이전과는 또 다른 자연스러운 멋을 냈다. 제이홉은 캐주얼한 의상을 입고 흐르는 리듬에 몸을 맡겼다. 자신의 정체성을 담은 무대와 혼연일체가 된 모습이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서울 공연과 확 달라진 구성이었다. 장기간의 월드투어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기가 쉬운 일이 아님에도, "이렇게 달라져도 되나 싶은 정도"라는 말을 그대로 무대로써 보여준 제이홉이었다.

그룹 방탄소년단 제이홉과 정국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 제이홉과 정국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아이 원더(i wonder)'를 부를 땐 이틀 전 제대한 멤버 정국이 깜짝 등장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두 사람은 그간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의 환상적인 호흡으로 '역시 BTS'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했다. 무대를 마친 뒤에는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정국은 우렁찬 아미의 함성을 들으며 "너무 보고 싶었다"면서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 싶다. 새록새록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새롭다"고 말했다. 이어 '세븐(Seven)'까지 불렀다.

이번 공연에는 '불'은 물론 '물'도 있었다. '트리비아 기 : 저스트 댄스(Trivia 起 : Just Dance)' 무대 중간 제이홉은 "여러분 물 조심하라"고 말하고는 시원하게 물대포를 쐈다. 이날 객석에는 우비가 놓여 있었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씨이기도 했지만, 퍼포먼스를 준비하며 팬들까지 고려하는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었다.

서울 공연에서 '스윗 드림스(Sweet Dreams)'를 처음 공개했던 데 이어 이날 오후 1시에 발표한 신곡 '킬린 잇 걸(Killin' It Girl)'의 무대도 베일을 벗었다. 가벼움과 유연함이 드러나는 제이홉의 춤선을 만끽할 수 있는 매혹적인 퍼포먼스가 시선을 끌었다. 제이홉은 "거창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는 곡이다. 제이홉의 섹시를 보실 수 있는 곡과 퍼포먼스 무대"라고 강조했다.

솔로 싱글 시리즈의 두 번째 곡이었던 '모나리자(MONA LISA)' 무대도 펼쳐졌다. 제이홉은 "'스윗 드림스', '모나리자', '킬린 잇 걸'까지 세 개의 싱글을 냈다. 사랑이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제이홉만의 방식으로 접근해서 이지 리스닝하게 만들어본 싱글들이다. 나름 기승전결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데뷔 기념일에 맞춰 세 장의 싱글 시리즈까지 완벽하게 마무리지었다.

제이홉은 이번 투어로 팀 내 메인 댄서이자 래퍼 포지션인 멤버도 자신의 위치에서 실력을 갈고닦으면 그 누구보다 견고한 솔로로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증명해냈다. 세계 각국을 돌고 돌아오니 발광력은 업그레이드돼 있었다. 겹치는 구석이 단 한 곳도 없는 각각의 무대를 한 번도 휘둘리지 않고 당차게 끌고 나가는 놀라운 저력을 보여줬다.

'마이크 드롭(MIC DROP)'을 부를 땐 흠 잡을 데 없는 제이홉의 랩은 물론이고, 화려하게 터지는 폭죽과 화염, 심장을 뛰게 하는 파워풀한 밴드 사운드에 팬들의 목소리로 완성한 "미안해, 엄마!" 떼창이 더해지며 강한 희열과 환희가 느껴졌다. 환한 미소를 띠며 '홉 월드(Hope World)'를 열창하는 제이홉의 얼굴에서는 감격, 감동, 환희, 기쁨 등 다양한 감정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객석에서는 RM·뷔·지민·슈가까지 방탄소년단 멤버 전원이 그를 지켜봤다. 카메라가 얼굴을 비추자 이들은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제이홉은 "내게도, 아미 분들에게도 행복한 날이다"라면서 "멤버들이 다 복무를 끝내고 돌아올 시점이 됐다. 여러분께 보여드릴 게 정말 많을 거다. 열심히 잘 준비해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이라는 곡도 멤버들을 보면서 불렀다. 멤버들은 내게 너무 소중한 존재다. 그들이 없었다면 여러분이 없었고, 여러분이 없었다면 우리 팀도 없었다. 너무 감사하다"면서 "난 늘 똑같다. 내가 움직이고 할 수 있는 한 여러분들에게 계속 좋은 무대를 보여드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룹 방탄소년단 제이홉과 진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 제이홉과 진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앙코르 첫 무대인 '봄날'에서는 진이 무대로 올라왔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사, 무대와 객석을 채운 방탄소년단 멤버들, 힘차게 응원봉을 흔드는 아미들까지 황홀한 진풍경이 펼쳐졌다. 진은 "이렇게 큰 무대에 선 게 오랜만이다. 팬들 앞에 서는 건 떨리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이후 진은 돈트 세이 유 러브 미(Don't Say You Love Me)'도 불렀고, 제이홉·진·정국 셋이서 같이 꾸민 특별한 무대도 있었다. 이들의 2막을 축하하듯 하늘에서는 거대한 불꽃이 '팡팡' 터졌다.

군대를 다녀온 뒤로도 솔로로서의 가능성을 펼쳐 보이며 이미 많은 것들을 증명했음에도, 제이홉은 이번 공연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될 미래를 약속했다. 2시간 반 동안 쏟아낸 에너지, 진심이 담긴 부드러운 미소, 감사함을 전하는 정성스러운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제이홉스러움'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월드투어는 끝을 맺지만, 분명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결말이다. 솔로 제이홉도, 열두 살이 된 방탄소년단도.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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